과정의 추론
주어진 정보 심화 - 확장 → 글의 의도와 관점 명확히 파악
‘과정의 추론’은 내용이나 표현 과정에서 어떤 요소가 개입되었는가를 분석적으로 추론함으로써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글에 담겨 있는 전제(前提)나 태도를 분석하고, 어떤 사실을 표현하는 의도와 관점을 명확하게 하는 능력이 측정 요소가 된다. 글에 나타난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글쓴이의 관점이나 성격 추론’, 글에 나타난 대상이나 문제에 대한 태도나 관점을 추론하는 ‘제재에 대한 글쓴이의 태도 추론’, 판단의 전제를 찾아내거나 주어진 내용을 가정으로 하여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추론하는 ‘글에 나타난 가정과 전제의 추론’이 이 범주에 든다. 이외에 ‘집필 의도의 추론’, ‘표현 의도의 추론’, ‘글에 대한 글쓴이의 접근 방법 추론’도 있다. 이런 유형은 문학과 비문학 제재에서 골고루 출제된다.
‘과정의 추론’은 주어진 정보를 확장·심화하는 확장적 읽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실적 이해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므로 문항 출제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지문의 일부를 묶거나 특정 부분에 밑줄을 긋는 등 범위를 한정해 묻는 경향이 강하다. 비록 범위를 한정해 문제를 내도 그 부분이 글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다음은 태도 및 관점을 추리하는 대표적인 예다. 태도란 대상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생각이나 입장을 말하는데, 다소 주관적이며 서술어에 잘 드러난다. 관점이란 글쓴이가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말하는데, 태도보다는 객관적이다.
<예문> 19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9∼44번 지문
글쓴이는 대신들이 왜놈의 앞잡이가 되어 이 나라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음을 한탄한다. 왜노들에게 부화뇌동한 난신적자에 대해서는 비판을 가하고 있으나, 왕조 질서를 부정하거나 임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는 않다. 답은 ④번.
태도의 추론 문제는 읽기뿐 아니라 듣기에서도 가능하다. 다음은 듣기에서 출제된 ‘태도’에 관한 문제다.
<예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5∼6번 대본
남자는 여자의 발화에 대하여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옳은 지적입니다’라고 공감을 표현했다. 또 여자는 남자의 발화에 대하여 ‘한 가지 보태면요’, ‘그렇죠’라고 공감을 표현했다. 답은 ①번.
다음은 ‘전제 추리하기’ 문제다. 이 유형은 문맥에 나타난 다른 전제나 결론을 근거로 해 결론을 ‘참’으로 인정하게 하는 전제를 추론하는 능력을 측정한다. 이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개념이 ‘전제(前提)’이다. 전제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특정한 주장이 성립하는 논리적 근거를, 또 하나는 일정한 논의가 진행되기 위해 미리 해결되거나 논의되어야 할 내용이다.
수능에서는 두 가지를 다 묻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전제의 의미 파악에 주의해야 한다. 전제 문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결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장이 무엇인지 먼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필요한 요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문>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56∼60번 지문
이 글은 ‘세계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치, 경제, 문화의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개방적 민족주의를 내세워 세계화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는 세계화가 이미 폭넓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시대적 흐름이라는 점을 전제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글쓴이의 주장이 무엇인자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전제와 결론 사이에 ‘∼때문에’가 들어가서 논리가 성립한다.
여기서 수험생이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흔히 ‘추론(推論)’이라는 용어가 정서적 사고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추론’은 문학 텍스트에서는 ‘상상(想像)’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학 제재에서의 ‘비판적 사고’가 ‘감상(鑑賞)’을 의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학에서 ‘추론적 사고’는 ‘공감(共感)’, ‘몰입(沒入)’, ‘연상(聯想)’, ‘상상(想像)’ 같은 정서적 사고도 포함한다. 그래서 다음 회에서는 문학 제재를 주로 다루어보도록 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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