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 뒤집어읽기]전통, ‘미덕 vs 족쇄’ 두 얼굴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누군가에겐 꼭 지켜야 할 가치, 누군가에겐 떨쳐야 할 구속

○ 생각의 시작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의 현실적, 물질적 삶을 그물망처럼 얽어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적인 삶은 ‘전통’이라는 과거의 가치에 기대어 있다. 과연 ‘전통’이라는 가치는 21세기 현대문명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과 잘 조응(照應)하고 있는가? 혹은 현실의 우리 삶이 지향해야 할 미래 가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진 않을까? ‘전통’이 현실 삶에 폭력적인 가치로 다가서고 있지는 않은가?

○ 교과서에서는

『전통은 과거로부터 이어 온 것을 말한다. 전통은 대체로 사회와 그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몸에 배어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전통은 우리의 현실에 작용한다(중략). 여기서 우리는 과거에서 이어 온 것을 객관화하고, 이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그 비판을 통해 현재의 문화를 창조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가치만을 우리는 전통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어느 의미에서는 고정 불변의 신비로운 전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기보다 오히려 우리 자신이 전통을 찾아내고 창조한다고도 할 수가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훌륭한 문화적 전통의 소산으로 생각되던 것이 후대에는 버림을 게 되는 예도 허다하다. 한편 과거에는 돌보아지지 않던 것이 후대에 높이 평가되는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어(하) 4-⑴ ‘민족문화의 전통과 계승’]』

전통이란 고정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현재의 문화 창조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보고 우리 스스로 전통을 찾고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전통이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에 의해 새롭게 변형, 발전될 수 있다.

○ 생각의 확장 혹은 또 다른 생각

앞서 말한 내용이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양상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현대사회 구성원은 하나의 집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질적인 집단이 각각의 가치관과 이해관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실현해 가고 있다. 어떤 가치가 누구에게는 이해관계나 가치관과 합치되는 경우가 있고, 동일한 가치가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전통이 계승되는 양상은 복잡한 사회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통이 구체적으로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 의해 ‘어떻게’ 계승되는가라는 문제와 대면해야 한다.

『전통은 ‘권총’과도 같다. 성능이 좋은 권총과 성능이 나쁜 권총을 구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권총을 어떤 용도에 누구를 위하여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권총은 악한을 퇴치하는 데 쓰일 수도 있지만 강도짓을 하는 데도 사용된다. 전통도 마찬가지다. ‘전통’에는 좋은 전통도 있고 나쁜 전통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통의 그러한 측면들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즉 전통은 고정적 정체성을 지닌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라고 본다.

[이승환 ‘한국의 문화적 지향과 전통담론’]』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이란 숭고한 가치여서 마땅히 계승해야 할 것’이라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부여한다면 비판적 거리두기를 통한 성찰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 생각의 정리

과거에 대한 성찰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고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당대의 시대적 조건과 상황에 의해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가치를 전통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이란 담론이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현실에서 논의되고 있는지,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사회적 영향력은 어떤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수영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 강사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asy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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