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성균 법학적성시험’ 모의고사 문제

  • 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2008년 성균관대가 출제하고 실시한 ‘성균 법학적성시험(LEET)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며 실전 능력을 키워보자.

○ 문제

제시문 (나), (다), (라)를 각각 활용해 제시문 (가)에 기술된 유전공학 기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논술하시오. (600∼800자, 30점)

『 (가) 바실루스 투린기엔시스(Bacillus thuringiensis, Bt)는 곤충의 위장을 공격해 파괴된 세포에서 빠져 나오는 양분을 먹고 산다. 곤충이 이 세균에 감염되면 위장이 마비돼 기아와 조직 손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서 죽고 만다. 이 세균의 가장 좋은 점은 곤충에게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대다수 동물들의 위장은 산성인데 곤충 유충의 위장은 염기성이다. Bt 독소는 염기성 환경에서만 활성을 띤다.

재조합 DNA 기술의 시대가 되면서 유전공학자들은 Bt 독소의 뛰어난 살충 효과에 주목했다. 그 세균을 작물에 무차별 살포하는 대신 Bt 독소 유전자를 작물의 유전체 속에 집어넣으면 어떨까?

그 식물을 한 입만 먹어도 소화시키는 곤충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므로(우리에게는 무해하다) 농민들은 작물에 아예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게 된다. 이 방법은 작물에 살충제를 뿌리는 기존 방식보다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유리하다.

첫째, 그 작물을 먹는 곤충만 살충제에 노출된다. 따라서 외부에서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과 달리 해충이 아닌 곤충에게는 해가 없다. 둘째, Bt 독소 유전자를 유전체에 넣으면 그 식물의 모든 세포가 그 독소를 가지게 된다. 기존의 살충제 살포 방식은 대개 잎과 줄기에만 효과가 있었다. 즉 뿌리나 식물 안쪽을 먹어치우는 해충에게는 살충제를 뿌리는 방식이 별 효과가 없었다. Bt 독소 유전자를 쓰면 이런 해충까지 없앨 수 있다.

현재 우리는 ‘Bt 옥수수’ ‘Bt 감자' ‘Bt 목화’ ‘Bt 콩’ 등 Bt 유전자를 삽입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며 그 결과 살충제 사용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1995년에 미국 미시시피 삼각주 지역의 목화 재배 농민들은 철마다 평균 4.5회 살충제를 뿌렸다.

하지만 Bt 목화가 도입된 바로 그 다음 해에는 목화를 심지 않은 밭까지 모두 포함해 살포 횟수가 평균 2.5회로 줄어들었다. 1996년 이후 Bt 작물이 재배되면서 미국의 연간 살충제 사용량은 760만L나 감소했다.

(나)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는 항생제 내성이나 네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동시에 저항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의 등장은 전 세계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나 농장에서 가축을 사육할 때 질병을 막고 생산율을 높이기 위해 항생제를 쓰고 있으며, 인류도 질병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항생제가 오·남용되면서 어떠한 항생제에도 저항성을 가지는 항생제 내성균이 등장하게 되었다.

스페인의 NRLSS(국립살모넬라연구소)에서 1996년과 2000년의 항생제 내성실태를 조사하였다. 살모넬라 종은 내성률을 연구하는데 널리 이용되는 일종의 지표 미생물로써 이번 조사에서는 가축(양, 돼지, 소 등)을 대상으로 12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1996년에는 61.7%가 내성을 보인 반면, 2000년에는 무려 81.5%가 내성을 나타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육돼지의 경우 거의 모든 항생제에 대해 내성균이 존재했으며 다음으로 양계의 경우에는 카나마이신, 날리딕스산에 높은 내성을 나타냈다. 또한 네 가지 이상의 항생제에 대해 동시에 내성을 지니는 다제내성균의 분포도 1996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처럼 항생제에 저항성을 갖는 내성균이 증가하고 더구나 다제내성균이 증가할 경우 머지않은 미래에는 어떠한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 생태학자들은 자연적인 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다른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를 농작물에 삽입하여 효과를 얻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사실 이같이 무턱대고 하는 실험은 역사상 그 전례가 없다.

1만 년 이상동안 이어져온 종래의 품종 개량 기술은 성적으로 교배 가능한 가까운 혈연의 식물이나 동물들 사이에서 교배에 의한 유전자 이전 방법을 이용한다. 그러므로 종래의 방법에서는 가능한 유전자 조합의 수가 제한되어 있었다.

자연적인 진화 과정도 이와 유사하게 제한되어 있는 것 같다. 그 결과 상품화 추진 세력의 필요에 적합하도록 생물학적 발생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규정하는 그 같은 전 세계적인 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여 주는 전례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

전래의 식용 농작물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할 때 예측되지 않았던 통제 불가능한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지 않을까?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히 ‘우리는 모른다’는 것이다.

(라) 1854년 여름, 영국 런던 중심부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려 불과 열흘 사이에 500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학계는 물론 행정당국도 콜레라가 공기오염 때문에 생긴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존 스노라는 내과의사는 콜레라가 불결한 하수로 오염된 식수 때문에 발생한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동펌프의 손잡이를 떼어내 오염된 물을 먹지 못하게 하자고 당국자에게 요청했고, 다급한 당국자는 이를 받아들였다. 콜레라 환자는 놀랍게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이 이야기는 이른바 ‘사전예방의 원칙’이 적용된 첫 성공사례로 꼽힌다. 코흐가 콜레라균을 발견하기 30년 전이어서 스노의 수인성 전염병 가설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또 하루아침에 공동펌프의 손잡이가 사라진 점을 발견한 주민들의 불편과 분노는 대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조처로 많은 귀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사전예방의 원칙이란 이처럼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면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확실치 않더라도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정신을 가리킨다.

아직 과학적 논란이 끊이지 않던 성층권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프레온의 사용금지를 결정한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대표적 예다. 1992년의 리우환경회의와 생물다양성 협약, 그리고 2001년의 스톡홀름 잔류 유기오염물질협약에서는 이 원칙을 명시적으로 표명했다. 세상에 위험이 없는 곳은 없지만 불필요한 위험,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는 위험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

○ 해설

일견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변형기술 또는 농산물이 사실은 그 이면에 부작용이 있음(제시문 (가))을 우리는 이 문제에서 논술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 기술된 유전공학 기술의 문제점은 제시문 (나), (다), (라)에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관건은 (나), (다), (라)의 내용을 어떻게 잘 구조화하여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짜임새 있는 비판을 글로 표현해내느냐에 있다.

먼저 (나), (다), (라)가 유전자변형작물이 이후에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걱정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그 여파를 바라보는 차원은 다르다.

(나)는 제시문 (가)와 대등한 차원에서 그러한 작물이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암시하고 있는데 반해, (다)는 생물학, 진화의 역사, 그리고 생태계의 차원에서 유전공학 기술이 초래할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다.

(라)는 더욱 포괄적으로 인류의 삶과 관련해 그 기술이 미래에 미칠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판적 논의의 전개 방향은 크게 미시에서 거시로 진행하는 나→다→라의 방향과, 반대로 거시에서 미시로 진행하는 라→다→나의 방향이 있다.

○ 예시답안

살충제의 부작용과 반환경성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면서 유전공학 기술은 친환경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농업 구현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다.

제시문 (가)에 소개된 Bt가 그 대표적인 예다. Bt 독소 유전자를 작물의 유전체 속에 삽입해 그 작물의 특정 부분에 해를 끼치면, 그 작물에 해를 끼치는 곤충만을 제거함으로써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효용은 최대로 거둘 수 있다.

하지만 Bt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뒤에 드리워진 큰 그늘을 놓치고 있다. 유전공학 기술의 활용과 관련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원칙이 있다. 바로 제시문 (라)에서 말한 ‘사전 예방의 원칙’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나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어떤 것이 분명치 않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일단 그것의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럴 때에만 우리는 피할 수 있는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공학 기술에 사전 예방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는 제시문 (다)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전자 관련 기술은 종의 교배 방식과 개량 속도에서 전례가 없는 즉, 생물학적 발생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따라서 아무도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는 돌이킬 수도 없다. 이 경우 미리 조심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우리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불길한 징조를 찾아 볼 수 있다. 제시문 (나)에서 말하는 다제내성균이나 슈퍼박테리아가 그 예다. Bt 작물에서도 우리는 더 큰 저항성을 가진 해충과 싸워야 할지 모른다. 생태계는 우리 뜻대로 움직이는 죽은 존재가 아니다. 섣부른 희망만큼 생태계에서 위험한 것은 없다.

자료제공: 성균관대 의사소통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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