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호 군(서울 성남고 3학년·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말에 난생 처음 이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대답 없는 질문은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 뇌리를 스친 게 노래였다. 어린 시절 동네 스타였던 조 군은 주변 어른들로부터 늘 “가수가 되어보라”는 권유를 받았었다. 조 군은 가수 박현빈 같은 ‘신세대 트로트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박현빈은 성악을 배웠지만 나는 실용음악을 배우겠다”고 결심하고 지원할 대학과 학과도 정했다. 목표가 생기자 공부를 하게 됐고, 모의고사 성적이 점점 올랐다. 전교 등수로 1학년 땐 250∼300등, 2학년 땐 210등대, 그리고 3학년이 되어 92등이 됐다. 조 군의 이야기 속엔 중위권이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소중한 비결이 숨어 있었다.》
“내 꿈은 제2의 박현빈… 실용음악과 가서 준비된 트로트가수 될거예요”
○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껴야만 공부할 마음이 생긴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곧잘 했던 조 군. 하지만 중학생이 되자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항상 ‘중간보다 조금 아래’였던 그는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과 PC방, 노래방에서 밤 11시까지 놀곤 했다. 공부와 담을 쌓은 이 장남에게 어머니는 “네 인생 네가 살아라. 난 이제 상관 안 한다”는 최후통첩까지 날렸다. 그래도 조 군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변한 건 스스로 가수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였다. 일단 가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울 대학 및 학과를 찾아냈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를 1순위로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백석예술대학 음악학부 등에 지원하기로 했다. 각 대학의 내신, 수능, 실기 반영 비율을 살펴서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방향도 잡았다. 실기 비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보컬학원에도 등록해 2개월간 발성법과 복식 호흡을 배웠다.
○ “내가 원하는 대학·학과에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한다”
조 군의 모의고사 성적은 4등급대 초반, 내신은 8등급대다. 처음부터 정시모집을 바라보고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에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보다 훨씬 높다. 조 군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려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능 공부를 하며 좋았던 점은 자신이 가려는 대학, 학과가 반영하는 영역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된다는 것. 수리 영역이나 사회탐구 영역은 아예 제외하고 언어, 외국어 영역에만 집중했다. 일주일을 월·수·금요일, 화·목·토요일로 나누고 언어 영역과 외국어 영역을 하루씩 번갈아가며 매일 세 시간씩 공부했다. 덕분에 언어 영역은 30점대에서 70점대로, 외국어 영역은 40점대에서 85점까지 올랐다.
○ “학원 대신 집에서 공부한다”
조 군은 학원부터 끊었다. 주 3일(화·목·토요일)을 가던 학원에선 친구들이랑 떠들거나 잠만 자서 거의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기초가 부족한 조 군에게는 수업 내용이 어려웠지만 강사가 학생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 줄 수는 없었다.
집에서 공부하면서 오히려 성적이 올랐다. 그날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으니 학원 수업처럼 어렵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반드시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봤다. 영어지문 독해를 하다가 모르는 어법, 어휘가 나오면 수업이 끝나고 바로 묻거나 교무실까지 찾아가 묻곤 했다.
○ “쉬운 내용을 택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다”
중위권은 어려운 교재나 어려운 문제에 대한 욕심을 부릴수록 공부 효율은 더 떨어진다. 차라리 쉬운 교재를 선택해 예제를 풀면서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편이 낫다.
조 군의 공부 원칙도 ‘쉬운 내용을 반복해서 본다’는 것. 수업시간에 배우는 교과서나 유인물 이외에는 EBS 교재나 모의고사 문제집처럼 쉬운 교재만 선택했다. 대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애썼다.
조 군의 공부법은 단순하다. 언어 영역은 모의고사를 한 번 치를 때마다 모의고사 문제집을 두세 권씩 푼다. 평소에는 EBS 문제집을 꾸준히 푼다. 그날 푼 문제 중 틀린 문제는 반드시 오답노트에 정리하고 틈틈이 꺼내 보며 복습한다.
외국어 영역 역시 EBS 문제집을 풀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EBS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며 궁금증을 해결한다. 문제풀이보다 단어 암기에 비중을 더 두는 것도 특징. 두께가 4cm인 단어장에 영어 단어를 빽빽이 적어 넣는데 두 달 만에 두 권을 만들었을 정도로 열심이다. 한 달 단위로 누적시켜 외우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는 첫째 날 외운 단어부터 30일째 되는 날 외운 단어까지 한 달 치 분량을 외운다.
○ “수업시간에 충실한 건 기본”
학교 수업태도도 좋아졌다. 우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유심히 살펴서 여러 색깔의 볼펜으로 필기하는 법을 익혔다. 형광색은 선생님이 시험에 출제된다고 말한 중요한 내용을, 빨간색은 그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선생님이 알아두라고 일렀던 내용을, 검은색은 나머지 내용을 표시하는 데 사용한다.
색깔별로 필기를 하니 한 가지 색으로 필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펜을 바꿔가며 손을 재빨리 움직여야 하니 예전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 나중에 집에서 복습할 때도 중요한 내용 위주로만 살펴보면 돼서 간편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이라면 농담이라도 다 받아 적는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필기 내용을 볼 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한 설명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조 군은 “성적이 오르고 나서 가장 좋은 점은 엄마가 잔소리를 안 하시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확실히 그는 예전보다 훨씬 부지런해졌다. 오전 7시 반이었던 기상시간이 오전 6시로 앞당겨진 것만 봐도 그렇다. 매일 아침 15분 만에 학교 갈 준비를 끝내고 7분 만에 자전거로 학교에 간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교실에 도착해서는 전날 못하고 잔 공부를 한다.
조 군의 현재 목표는 모의고사 성적을 수능 성적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 요즘에는 실기 능력을 높이는 데 치중하고 있다. 조 군은 이내 “연습실에 가서 노래 연습을 해야 된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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