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취업 포털에 따르면 대학생 91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89.6%가 여름방학을 취업용 스펙을 높이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내게 방학 중 계획을 얘기한 친구 다섯 명 모두가 어학연수와 인턴십, 봉사활동이라 대답한 것과 일치한다. 토익점수를 올리거나 자격증을 따는 식이다. 취업난이 방학에도 학생을 편하게 놔두지 않을 듯싶다. 방학이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뭔가에 쫓기면서 더 바쁘고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이 무겁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된 게, 열 명 중 아홉 명이 모두 비슷한 계획을 세울까? 성격도 재능도 학과도 미래포부도 같지 않을 텐데, 어째서 모두가 똑같은 경력만을 쌓으려 할까? 우리에게 많이 남지 않은 방학을 취업이라는 현실적 목표를 위해 긴장된 상태에서 주눅 든 채로 보내야만 하는 걸까?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보면 한 점 후회 없이 보냈다고 할 만한 걸까?
스펙은 원래 상세히 적음이라는 뜻의 단어 ‘specification’에서 유래했다는데 왜 모두가 비슷한 스펙에만 눈을 돌리려 하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쌓아야 할 스펙은 이력서에 한 줄 적어 넣을 만한, 남과 똑같은 경력보다는 누구와도 같지 않은 스스로를 위한 내용이어야 한다. ‘특별한, 명확한’이라는 뜻을 담은 ‘specific’에 초점을 맞춰 자신을 채우면 좋겠다.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바꾸는 힘은 언제나 그렇듯이 차별화다. 남과 다른 나만의 경험, 남과 다른 나만의 활동 말이다.
송이 숭실대 법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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