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뒤숭숭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신임 청장을 맞이하게 된 국세청은 22일 외부 출신 청장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하루 종일 술렁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서 한 방송 카메라 기자가 국세청 빌딩을 촬영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신임 청장을 맞이하게 된 국세청은 22일 외부 출신 청장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하루 종일 술렁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앞에서 한 방송 카메라 기자가 국세청 빌딩을 촬영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지방청장등 간부 18명 이미 명퇴신청
5개월 대행 허병익차장도 거취 불투명

외부 출신 청장을 맞게 된 국세청 직원들은 22일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가 취임한 이후 조직에 얼마나 큰 변화가 몰아닥칠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향후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고위 간부들의 마음은 더 복잡해 보였다. 한 국세청 간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깜짝 인사여서 그동안 설왕설래했던 국세청의 인사 구도가 송두리째 헝클어졌다”며 “누구도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세청 고위직 가운데는 한상률 전 청장이 올 1월 ‘그림 로비’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뒤 5개월여간 청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허병익 차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다. 청와대는 허 차장이 세정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백 내정자를 실무적으로 보좌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청장 물망에 계속 올랐던 허 차장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국세청 내부의 시각이다. 허 차장이 22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새로 오는 백 내정자는 훌륭한 분이니 간부들이 잘 보필하라”고 말한 것이 용퇴를 암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만약 허 차장이 물러난다면 차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1급 자리의 연쇄이동으로 인사 폭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백 내정자가 행정고시 출신이 아니어서 기수별 선후배를 따질 이유가 없고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던 점 등을 감안하면 허 차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세청은 이미 지방청장과 세무서장급 등 간부 18명이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한 상태여서 한차례 인사태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청장급 간부로는 서현수 대구청장과 김광 광주청장, 김창섭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 3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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