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모여라… 엄마나라 재밌는 옛날이야기 들려줄게”
《다문화 영화제, 다문화 연극제, 국경없는 마을 클럽데이, 다문화 합창공연…. 문화체육관광부와 동아일보는 ‘2009 지역 다문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올해 2월 공모로 선정된 25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동대문 다문화어린이도서관
8개국서 시집온 주부들 모여 자녀들에 고국 전래동화 구연
“자, 좀 더 실감나게, 어흥∼.”
“와, 진짜 호랑이 같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엔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함께 떠나는 엄마나라 동화여행’ 동화구연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몽골, 이란, 필리핀, 인도네시아, 한국 등 8개국 어머니들이 연습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동아일보가 함께 진행하는 ‘2009 지역 다문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이들이 동화구연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한 달 전. 아이들 돌보랴, 살림하랴 몸이 두 개라도 바쁜 이들이지만 아이들에게 고향의 전래동화를 선보이고 싶어 일주일에 두 번씩 수업을 받고 틈틈이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왔다. 이야기를 선정하고 또 시각자료를 만들고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모두들 의욕만점. 8개국 ‘아줌마’들이 모인 만큼 웃음도 끊이질 않았다. “에구에구, 인형 목이 너무 짧아. 다시 붙여야겠다.” 서로 조언도 나누고 “와, 두건 씌우니까 더 예쁘네”라는 격려로 힘을 북돋우기도 했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몽골 출신의 앙카마 씨(32)는 몽골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누구나 좋아하는 ‘낙타와 사슴’이야기를 준비했다. 낙타가 사슴한테 뿔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다는 내용의 몽골 전래동화다. 그는 “사실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한테 항상 동화를 읽어주다 보니 자연스레 구연대회에 나서게 됐다”며 “다들 우리 아이들처럼 예쁜 아이들에게 몽골 전래동화를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3년 전 한국에 온 필리핀 출신의 롤나 씨(22)도 선생님에게서 지도를 받으며 더 실감나게 동화를 전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 여기는 좀 더 명랑하고 쾌활하게 읽어줘야 돼요.”
“아, 씩씩하게?”
“그렇죠.”
롤나 씨는 “사실 아직까지 한국어가 서툰데 동화구연 콘테스트를 하면서 한국어가 많이 는 것 같고 좋은 친구들과 더 친해져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23일 오후 3시,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에서 동화구연콘테스트가 열렸다. 20명의 참가자들은 세 시간여 동안 펼쳐진 콘테스트에서 약 한 달간의 연습을 통해 길러온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이들은 엄마나라에서 온 동화에 귀를 쫑긋 세우고 빠져들었다. 이들의 다문화 꿈은 계속된다. 이들은 30일 오후 동화구연 수상작들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다문화인형극단, 다문화어린이공연단 출범식을 열고 앞으로 구립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다문화가정 어머니와 자녀들을 위해 동화구연과 연극 공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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