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경감 7대 긴급대책’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토론회에서 ‘안(案)’으로 발표됐지만 이른바 실세들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날 긴급대책을 발제한 안선회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은 미래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주도로 4월 이른바 ‘곽승준 초안’을 만들 때부터 참여했다. 내신 반영 조정 등 핵심적인 사안은 이미 그때 초안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 부소장은 “중장기 대책 부문만 일부 보완해 이번에 다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느 연구자의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곽 위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정두언 의원 3명이 4월 초안을 되살리기 위해 ‘2차 거사’를 도모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우선 당정청 합의라는 고비를 넘겨야 한다. 이날 정 의원은 토론회에서 “오늘 내용은 당초 당정청 합의를 거친 내용”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교과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4월 초안 마련 때 당정청이 이미 논의를 마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날 “토론 때 발제 내용으로 당정청이 협의는 물론이고 논의조차 한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앞으로 있을 당정 협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당 정책위원회와 지도부,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사교육 대책의 불씨는 다시 살렸지만 이미 당내에서 한번 거부된 안을 어떻게 통과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정 의원은 정책화 계획에 대해 “이주호 차관, 곽 위원장, 최구식 한나라당 6정조위원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과 절충안을 만들어 당 정책위원회에 올린 후 당정협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 2개월 안에 확정안을 내놓겠다고도 했다.
정작 교과부는 말을 아꼈다. 교과부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이 마치 사교육비 경감을 반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교과부 양성광 인재기획분석관은 “이제 제안을 받은 것이니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교과부 내에서는 토론회에서 나온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내신산출 방식이 절대평가였을 때 내신 부풀리기가 논란이 돼서 상대평가로 바꾼 것인데 이를 다시 되돌리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또 내신을 반영하지 않으면 해당 학년의 공교육이 무너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일단 당초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