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억 과속 벌금’ 봉사회 구급차 구제될까

  • 입력 2009년 6월 29일 09시 58분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의 후송을 맡은 구급차가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에 걸렸다면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과태료를 내야 할까.

29일 경찰청과 구급차를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구조봉사회(이하 봉사회) 등에 따르면 봉사회는 1999년 이후 현재까지 무인 과속 카메라 단속으로 구급차에 부과된 과태료를 전액 탕감해 줄 것을 최근 경찰에 요청했다. 과태료 규모는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법률자문을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는 "전체 과태료는 따로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봉사회 소속 응급차 한 대당 과태료가 400여건 정도 부과돼 있다"고 설명했다.

봉사회 소속 구급차가 전국적으로 364대여서 차량 한 대당 400여건의 과태료(평균 8만원)가 붙어 있다고 계산하면 전체 액수는 116억4800만원이다.

봉사회는 1999년부터 계속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해당 경찰서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다 최근 구급차량에 대한 압류 조치가 들어가는 등 압박이 본격화되면서 경찰에 일괄 탕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사회 관계자는 "사회복지사업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응급수송을 하는 법인으로, 소속 응급차는 과태료 처분 대상이 아닌데도 경찰은 무인 카메라에 찍혔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과태료 부과가 부당하면 증빙 서류를 내고 취소 판정을 받으라는 것이다. 경찰청은 "응급차량이라 해서 무조건 과태료 면제 대상은 아니다. 당시 응급환자를 수송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급자동차라 해도 운행일지, 처치기록지, 병원장 확인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긴급한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면제할 수 있다는 것.

봉사회는 일단 부과된 지 60일 이내인 과태료에 대해서는 비송사건절차(소송을 하지 않는 법적 사건 절차)를 밟기로 했지만 길게는 10년이 지난 과태료는 불복 절차가 마땅치 않아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봉사회의 딱한 사정을 알지만 고질적인 과태료 체납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과태료 미납액이 1조40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체납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때문에 최근 수납 실적을 올리기 위해 압류 조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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