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5등급, 모의고사 290점이었던 중하위권 학생이 삼수 끝에 서울대 사범대 윤리교육과에 입학했다. 학원, 과외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고향인 경북 영주에서 매일 12시간씩 독학해 얻은 성과다. 김찬영 씨(23)가 이런 놀라운 성공의 주인공.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최근 저서 ‘꿈이 있다면 멈추지 않는다’(은행나무)를 펴냈다. 김 씨의 대입 스토리를 2주에 걸쳐 상·하로 소개한다.》
“도전 앞에 불가능없다… 6개월간 수학문제 5000개 풀었어요”
김 씨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노는 것도 대충이었고, 방과 후엔 게임과 TV가 유일한 낙이었다. 게임중독이었던 중학교 땐 시험기간에도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아버지에게 혼나기도 했다. 수업시간엔 잠만 잔다고 별명이 ‘잠충이’였다. 밤늦도록 게임을 하거나 새벽 2시까지 눈에 불을 켜고 케이블 TV의 게임해설 프로그램에 몰입했다.
어영부영 중3 겨울방학을 보내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처음 본 모의고사에서 400점 만점에 290점을 받았다. 2학년 12월에 본 수능 예비평가에선 수학이 25점, 6등급이었다. 이런 김 씨가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김 씨는 “나의 공부에는 ‘대박’도 ‘족집게’도 없었다. 더 할 게 없다고 자신할 만큼 온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 3년의 도전, 3회의 합격
고3, 수능이 250여 일 남았던 날 담임교사와의 진학상담을 앞둔 김 씨에게 ‘고려대 법대’라는 목표가 생겼다.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이전까지는 제대로 된 목표가 없었다.
상담시간에 담임교사에게 고려대 법대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지금 성적으로 정말 어려운 곳인 거 알고 있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교사는 그에게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그릇이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려대 법대는 목표대학, 학과를 넘어서 인생 최초로 도전할 대상이었다”면서 “가능하면 내 그릇을 깨뜨려서라도 한계를 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려대라는 목표는 3년 수험생활을 잇도록 한 길고 질긴 끈이었다. 첫해 입시에서 경희대 법대에 합격했지만 1학기를 마친 후 반수를 결심했다. 모교를 찾아 학교에 허락을 받고 후배들과 함께 학교 지하 자습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했다. 재수 끝에 한양대 법대에 합격했다. 등록하지 않았다. 그는 “한양대 법대도 좋은 곳이었고 주변의 만류도 심했다. 하지만 배수진을 친다는 심정으로 새로운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입시에서 고려대 정경대에 지원했지만 한 문제에 해당하는 점수에 못 미쳐 떨어졌다. 그리고 2007년 서울대에 입학했다.
“고려대는 목표 이상의 목표였어요. 결국 이루지 못했지만 미련은 없었어요. 모든 걸 쏟아 노력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어요.”
○ 의존 학습 버리고 취약과목 전진 배치
고교 시절 김 씨의 학교에 ‘인터넷 강의’(인강) 바람이 불었다. 김 씨도 대세를 따라 언어 L 선생, 수학 B 강사, 외국어 K 강사, 사탐(사회탐구) S 선생 등 유명 강사 명단을 입수해 매일 두 강의씩 들었다.
“들을 때마다 내가 모든 문제를 다 풀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전 영역에서 20점씩 오를 줄 알았죠. 결과는 비참했어요.”
인강에 의존해 공부한 고3 여름방학 후 치른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언어·수리·외국어에서 3등급을 받았다. 고려대 법대에 진학하기엔 한참 모자란 점수였다. 서울권 대학도 힘들었다. 김 씨는 ‘스스로 깨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의존적인 공부방법을 버렸다.
취약과목을 모든 공부계획의 우선순위에 놓았다.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에 수학 공부를 했고, 방학과 재수 시절에는 수학에만 하루 4∼5시간을 투자했다.
방학을 기준으로 예를 들어보자. 도서관에 도착한 오전 10시∼낮12시 수학영역 속 개념을 공부했다. 김 씨는 “취약과목을 먼저 공부하면서 두뇌를 자극시키는 동시에 오전에 늘어지는 마음에 긴장감을 줬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 후 오후 7∼10시엔 수학 문제를 풀었다.
자투리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오전 8시에 일어나 식사를 하면서 30분 동안 신문을 보고, 매일 30분 영어듣기를 했다. 도서관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는 30분 동안 수첩에 정리한 암기사항이나 전날 공부했던 국사 교과서 내용을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했다. 점심, 저녁시간에는 먹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김밥, 돌솥비빔밥을 주로 주문해 한문 자습서를 30분 정도 봤다.
○ 중학교 수학책부터 모의고사 5000문제로 수학 완성
“수학이란 놈과 한번 최후의 승부를 펼쳐보고 싶었어요. 정복하지 못하면 목표를 이루기 어려웠거든요.”
개념공부와 문제풀이 위주로 착실하게 공부했지만 성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2 모의고사에서 25점, 고3
9월에 치른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49점을 받았다. 반수 때는 모든 공부의 초점을 수학에 맞췄다. 하지만 첫 번째 수능에 비해 단 5점이 올랐다. 허탈했다.
삼수를 결심한 김 씨는 중학교 수학부터 다시 시작했다. 비교적 쉬운 편이었지만 ‘2학년 8-나’의 확률문제와 ‘3학년 9-나’ 원의 성질 부분은 어려웠다. 기하학 부분에서는 1, 2주가 걸려 푼 문제도 있었다. 수학 공부의 원칙은 ‘절대 답지 보지 않기’였다.
“답지를 보는 순간에는 문제를 이해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아니에요. 전 채점할 때 틀렸으면 답지를 덮고 다시 풀었어요.”
이런 방식으로 수 1까지 차근차근 공부했다. 마지막 수능을 치른 2006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71점을 받았다. 목표까진 아직 먼 점수였다. 수학공부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개념과 문제를 이어주는 ‘고리’에 있었다. 개념을 어떻게 문제에 적용하는지 몰라서 틀리는 것이라고 진단한 김 씨는 많은 문제를 풀면서 두뇌를 훈련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6월부터 시중에 나온 모든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4000∼5000개 문제가 넘었다. 일주일 이상 걸려 푸는 문제도 많았다. 끝끝내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는 화장실에 앉아서도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절대 안 풀릴 것 같은 문제가 다음 날, 한 달 뒤에 풀렸다.
노력의 결과는 수능 직전 기적처럼 나타났다. 그해 9월 평가원 모의고사 때 김 씨는 수학 100점을 받았고, 2007학년도 수능에서 단 1개를 틀려 96점(1등급)을 받았다.
“누군가가 맛있게 해주는 요리를 매일 맛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진짜 요리사가 될 수 없어요. 직접 요리사가 되어서 좋은 재료를 고르고 손질하고 요리하는 과정에서 진짜 요리사가 될 수 있는 거죠.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김 씨의 영역별 공부비법이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