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은 지난 학기의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2학기 학습 준비를 하는 절호의 기회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학기 때 석차가 뒤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학 중 생활이 흐트러져 학업에 지장을 받을까 염려하는 학생이라면 기숙학원의 특강 프로그램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적잖은 학생이 방학 중 기숙학원 특강을 통해 학습습관과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기숙학원 방학 특강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우선 나의 학습 스타일과 방학 특강의 ‘궁합’이 맞는지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유혹’에 약하다면 도전해볼만… 단체생활 못 견딘다면 안 맞을수도
○ 자기주도 학습 안 되고 ‘유혹’에 약하다면…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4주 학습 완성 프로그램을 짜놓고 수강생을 집중 관리한다. 과거에는 전 과목을 고루 지도하는 형태가 많았지만, 최근엔 주요과목 위주로 진행하는 학원이 늘었다. 대학 입시에서 수리영역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수학을 특화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기숙학원은 방학을 활용해 단시간에 점수를 올리는 게 목표인 학생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은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 중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거나 수능 실전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중1에서 고2까지의 학생들은 지난 학기를 보충하고 2학기 내신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충남 용남고 3학년 B 군은 고2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B 군은 “핵심개념을 정리하고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오답노트를 작성한 것이 수능은 물론 내신을 대비하는 데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B 군은 퇴소한 후에도 기숙학원의 공부방식을 그대로 유지해 주요과목 성적이 1, 2등급씩 올랐다. B 군은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효율적인 시간관리법을 익히면 낭비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숙학원은 일, 주 단위 학습계획표를 작성해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지도한다. 수강생은 집에서 생활할 때보다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자기주도 학습이 잘 되지 않거나 TV 시청, 컴퓨터 게임 등 유혹에 약한 학생에겐 좋은 대안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숙학원 주변에는 PC방, 노래방, 만화방 등을 찾아볼 수 없어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다.
경기 화정고 2학년 P 양은 엄마의 권유로 중3 겨울방학 때 처음 기숙학원에 들어갔다. P 양은 “학원 스케줄을 따르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게 몸에 익숙해졌다”며 “공부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고교 과정을 미리 배운 점도 학교생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1 겨울방학 때 다시 기숙학원을 택한 이유에 대해 P 양은 “목표의식이 분명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수업 분위기가 진지했기 때문”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P 양은 특히 모의고사에서 3등급이던 수리영역을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
○ ‘진로 로드맵’ 제시 프로그램도 생겨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입소하는 날 수준별 반 편성을 위한 시험을 치른다. 학생의 성적, 계열, 목표 대학 등에 따라 반을 나눈다. 고3 과정은 개념정리와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수능 실전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고1, 2는 그동안 배운 언어 수리 외국어 기초를 다지고 2학기 선행·심화학습을 진행한다. 중3 과정은 특목고를 준비하거나 고교 과정을 미리 준비하려는 학생에게 인기가 있다.
기숙학원은 학교처럼 규칙적인 일과표에 따라 운영된다. 기상 후 오전·오후 정규수업을 듣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다. 또 기숙학원 대부분이 과외식 수업을 골자로 하는 ‘맞춤형 학습클리닉’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일대일 또는 소그룹 과외수업을 들으며 보충학습과 심화학습을 병행한다. 개개인의 취약 과목과 단원을 찾아내 보완하기 때문에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참가 학생들은 전한다. 또 24시간 담당교사가 상주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기면 즉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장점.
매일 아침 0교시나 식사 전 20분간은 영어단어 암기, 수학 문제풀이, 듣기평가 같은 일일테스트가 진행된다. 주말에는 그 주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할 수 있도록 주말 테스트를 치른다.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자기실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엔 학생의 적성을 파악하여 어떤 학과와 대학이 적합한지 진로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무조건 해라’식이 아니라 목표를 심어줌으로써 학습 의욕을 자연스럽게 높이기 위해서다.
기숙학원은 대개 남녀가 엄격히 구분된 기숙사에서 2∼4명이 함께 생활한다. 세면시설, 독서실, 진료소 외에도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춰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숙학원은 휴대전화, PMP, MP3플레이어의 반입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외출·외박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럿이 함께 지내는 단체생활이나 틀이 엄격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기숙학원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