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르치는 게 재미있나
나는 학생에게 열정이 있나
나는 수업을 잘 하나
《“어제도 남양주 기숙학원에서 오전 두 시까지 잡혀 있었어요. 학생들이 계속 상담을 해달라고 해서요. 이럴 땐 ‘선생 맛’을 제대로 느껴요.”
㈜현현교육의 이현 대표(사진)가 의자에 털썩 앉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5년째 온·오프라인에서 사회탐구 영역 최고 인기강사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아온 스타 강사이기도 하다.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 화학 강사 박호진 씨 등과 함께 ‘온라인 강의 1세대’로 통한다. 이 대표는 ‘스카이에듀’라는 브랜드로 온라인·오프라인 학원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이자 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취약점 온라인진단 - 오답노트 자동정리, 인강 학습지원 시스템 만들어 보급할 것
○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경험한 교육 CEO
이 대표는 서울대 교육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대치중 등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학원 강사를 시작한 건 1994년. 공교육에서 사교육으로 옮겨간 셈이다. 그는 “마음 밑바닥에 학교에 대한 애정과 거기서 오는 부채의식이 있어 늘 공교육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학교 교사와 사교육 학원 강사를 모두 경험한 그는 “공교육이 바뀌려면 두 가지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첫 번째로 달라져야 할 것은 교사”라고 말했다. 교사는 △‘나는 가르치는 게 재미있나?’ △‘나는 학생들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나?’ △‘나는 수업을 잘 하나?’ 라는 세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강사를 뽑을 때도 가장 눈여겨보는 부분. 이 대표는 “만약 이런 질문에 제대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교사 스스로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강사를 가려내기 위한 평가도 철저하다. 스카이에듀학원에서는 일년에 세 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사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다. 1번 문항은 강의력, 2번 문항은 수업내용의 이해도, 3번 문항은 수업준비 정도 등으로 평가하는데 5점 만점에 3.8점 이하면 ‘적신호’가 켜진다. 강사를 불러 대화를 나누며 그 이유를 분석한다. 3.5점 이하로 떨어지면 아예 강사가 다른 학원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런 평가가 강사들에게 긴장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내년 3월부터 실시되는 교원평가제의 다면평가에 대해 “교장, 교감이 아닌 학생이 직접 교사를 평가하는 형태가 되어야 본질에 잘 들어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로 달라져야 할 것은 학교의 태도”라고 말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가 교사에게 주문하는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학교 교무실에 가보면 교사들이 연구부, 학생부, 교무부 등 부서별로 나눠서 앉아 있습니다. 반면 학원 교무실에 가보면 강사들이 언어과, 수학과, 영어과 등 과목별로 나눠서 앉아 있습니다. 교무실 자리 배치가 학교와 학원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학교는 행정 중심이고, 학원은 학생 중심인 겁니다.”
이 대표는 “교사들은 행정사무, 교실청소, 폐품수집까지 수업연구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면서 “학원처럼 교사에게 ‘수업, 상담 두 가지만 열심히 하십시오’라고 요구한다면 공교육의 질도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교육기업에서 중요한 건 선생과 학생의 소통
이 대표는 회사 내에서 ‘대표’가 아니라 ‘선생님’으로 불리는 일이 많다. 스스로도 “선생님이란 호칭이 훨씬 익숙하다”고 한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하고도 대표나 사장님으로 불리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가르치는 게 천직”이라는 그는 아직도 일주일에 14시간씩 학생들 앞에 서서 강의를 한다. 주변 사람들은 항상 과로를 걱정하며 수업을 줄이라고 권하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몸살 기운이 있는 날도 수업만 하고 나면 사우나를 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내가 아는 걸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아이들이 집중해서 끄덕거리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황홀합니다.”
그가 가장 감동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자들이 대학 진학 후에도 술 사달라며, 밥 사달라며 찾아오는 순간이다. 그에게는 10년이 넘어도 연락이 오는 제자가 서른 명쯤 있다. 교육방송(EBS) 강사로 활동한 1996년에 그의 강의를 들은 전국 고교생들에게 3만여 통의 팬레터를 받은 일도 평생 잊지 못할 뿌듯한 경험이다.
이 대표는 항상 “가르침이란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소통이며 관계”라고 강조한다. 다른 기업이 생산자와 소비자, 회사와 고객의 관계를 맺는다면, 교육기업은 선생과 제자의 관계를 맺는 것이므로 기업 철학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도 이런 철학을 살려 국내외 교육을 좀더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것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장단기 계획도 세웠다.
단기적으로는 온라인상에 가칭 ‘LSS(Learning Support System·학습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은 학생이 인터넷 강의를 수강신청하기 전에 자신의 문제점을 온라인상에서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틈틈이 체크를 해주고, 마지막에 총괄적으로 이론을 이해했는지 테스트한 다음 해당 과목 오답노트를 자동 정리해준다. 인터넷 강의는 자기주도학습이 중요한데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게 쉽지 않으므로 이를 보완해주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칭 ‘시뮬레이션 교육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상황처럼 재현해보고 학생 각자의 수준에 맞는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설명을 보탰다.
“시뮬레이션 교육 시스템을 향후 5년 내에 실현한다면 이 시스템을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 전 세계 교육체계는 급속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메가스터디 같은 온라인 교육업체와 경쟁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