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옹기엑스포]울산에서 글로벌 과학인재가 자란다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5분


1970년 故정주영회장이 설립한 울산대
국내외 일류대학과 교류 ‘세계일류 학부’ 포부

《‘젊은 시절, 어느 학교 공사장에서 돌을 지고 나르면서 바라본 대학생들은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에게는 한없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이루지 못했던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여기에 배움의 주춧돌을 놓게 하였으니. 젊은이들이여! 이 배움의 터전에서 열심히 학문을 익혀 드높은 이상으로 꾸준히 정진하기 바란다.’ 울산대 아산도서관 앞에는 이 대학 설립자인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젊었을 때 가난 때문에 공부를 하지 못한 한(恨)과 함께 대학생들에게 학문 정진을 당부하는 글이 새겨진 바위가 놓여 있다. 도서관 이름은 고인의 호에서 따왔다. 본관 1층 로비에는 고인의 청동 흉상도 세워져 있는 등 울산대에는 불굴의 정신으로 한국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끈 고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1970년 3월 ‘공업입국’ 실현을 위해 설립된 울산대가 내년이면 개교 40주년을 맞는다. 울산대는 한국과 울산의 성장을 이끈 고 정 전 회장의 업적처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이제 지방의 명문 사립대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세계 최고의 산학협동 교육

울산대는 ‘한국의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울산에 소재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국내는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협동교육을 자랑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SK에너지 등 지역의 70여 주요 기업과 장기 인턴십 협약을 맺고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자기 전공과 맞는 기업에서 6개월 동안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간부가 강의하는 ‘팀티칭’ 수업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수업에는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비롯해 전천수 전 현대자동차 사장, 박상훈 SK㈜ 부사장, 김동필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장, 임경신 ㈜삼양사 울산공장장 등 경영능력을 갖춘 CEO들이 강의에 나서고 있다.

또 각 학부(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근무 형태의 산업체 현장실습도 하고 있다. 이 교육은 기업 간부들로 구성된 강사진이 현장에서 교육생의 훈련태도, 열성, 협동심 및 판단력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진로선택 때 많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글로벌 교육의 리더

울산대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은 세계화 시대에 대비한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1994년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 도입한 해외현장학습 프로그램이다. 등록금만으로 해외 자매대학에서 수업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23개국 97개 대학과 교류협정을 맺고 1학기를 의무적으로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해외현장학습과 교환학생, 장단기 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간 1000여 명의 학생을 해외에 유학시키고 있다.

또 우수한 산학협동교육을 배우기 위해 올 1학기에만 외국인 학생 353명이 울산대의 장단기 연수와 한국어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울산대는 또 법인지원금 등 146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국제교류관을 내년 7월 완공할 예정이다. 국제교류관에는 국제회의장과 영어만 사용하는 잉글리시 존, 첨단 강의실, 세미나실, 외국인 학생 등 200명이 입주할 수 있는 기숙사 등이 들어선다.

○ 서울 유명 대학과도 학점 교류

울산대가 지방대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 유명 대학과의 ‘학생 맞교환 프로그램’도 독특한 학사운영 방식이다.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중앙대 국민대 숙명여대 등 서울 소재 8개 대학과 협정을 맺고 1년간 학생을 교환해 학점을 서로 인정해 주고 있다. 울산대 학생들이 고려대의 원어강의, 국민대의 디자인교육 등 각 대학의 특성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울산대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학기당 100만 원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고, 숙식 해결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지하 1층, 지상 5층 140명 수용 규모의 기숙형 숙소인 ‘서울 청운학사’를 올 3월 개관했다.

○ 세계적 수준의 학부 육성

국내 최초로 학부와 학과에 ‘일류 브랜드’ 개념을 도입한 일류화 사업도 울산대의 특징적인 학사운영시스템. 조선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조선해양공학부와 세계적인 정밀화학기업인 ㈜KCC가 지원하는 생명화학공학부, 그리고 대학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의과대학이 일류화 사업 대상 학부다.

2005년부터 세계 일류화 계획(SOTOP Project· Ship & Ocean Engineering of Top Ranking)이 진행되고 있는 조선해양공학부는 조선해양공학관 등 전국 최고의 교육시설을 구축해 ‘조선공학의 요람’이 되고 있다. 울산의 주력산업 가운데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을 배경으로 한 생명화학공학부는 2012년까지 KCC 지원금 등 총 132억 원을 투입해 △교수 1인당 학생 수 23.3명에서 15.6명으로 감축 △교육과정 및 강의법 혁신 △최첨단 교육시설 확충 △최고 수준의 장학제도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의과대학은 ‘세계 초일류 대학’ 계획에 따라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수지원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졸업생 가운데 50%를 ‘교수요원’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간호학과와 의공학과 등과 연계해 동일계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울산대는 현재 3개인 일류화 대상 학부를 5개로 늘려 세계 5위권에 들도록 하는 ‘UOU-Top 5’도 추진하고 있다.

○ 개방화 추진

울산대는 김도연 총장 부임(2008년 9월) 이후 ‘개방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부장 공개초빙.

울산대는 생명과학부 학부장으로 면역학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정헌택 원광대 의대교수를 올 3월 초빙했다. 김 총장은 “정 교수는 면역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일 뿐 아니라 원광대에서 총장 후보로 추천되는 등 연구력과 행정력을 겸비해 울산대 생명과학부를 세계적인 학부로 이끌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울산대는 또 대학 홈페이지(www.ulsan.ac.kr)를 통해 5개 강좌의 수업 현장을 있는 그대로 녹화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공개 과목 가운데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김 총장의 ‘미래사회와 과학기술’도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실업자들의 취업능력 개발을 위해 ‘미니 MBA과정’ ‘무역실무특강’ 등 취업에 필요한 과목의 강의를 무상으로 수강토록 하고 이들에게 도서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김도연 울산대 총장▼
“학생들이여, 세계 진출을 준비하라”

김도연 울산대 총장(사진)은 “대학은 폐쇄성을 벗어나 개방을 해야 도약할 수 있다”며 “개방의 중심에 울산대가 서겠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2학기부터 교수들의 과목별 강의노트와 과제물, 시험문제 등 모든 강의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지낸 김 총장은 평소 지론인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울산대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울산대 총장으로 지난해 9월 부임해 10개월이 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서 사립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면서 느낀 소감은….

“장관으로 근무한 짧은 기간을 빼고는 30년 동안 교수로 근무하다 처음으로 총장을 맡았다. 아는 사람이 ‘대학 총장은 축사는 마음대로 쓴다’고 하더라. 총장, 특히 직선제 대학 총장은 아무것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법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임명된 울산대 총장은 교수 개개인에 대한 아무런 선입관도 빚도 없다. 그래서 소신껏 울산대 총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평소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대학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개방이 더 많이 필요하다. 남들은 못 들어오게 하면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분야가 얼마나 많은가. 개방은 내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좀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지니고 있는 폐쇄성은 발전의 큰 장애물이다. 학과 간의 장벽, 학문 분야별 이기주의, 대학 간에 전혀 이뤄지지 않는 인력교류 등 개선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구체적인 울산대 발전 방안은….

“울산대는 그동안 대학이 지니고 있던 폐쇄성에서 벗어나 ‘개방’을 통해 도약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수들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연구를 하면서 어떤 성과를 냈는가를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몇몇 학부장을 내외부에서 공채했고, 일부 과목이지만 전국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인터넷으로 공개했다. 2학기에는 교수들의 강의노트와 시험문제 등 모든 강의자료를 공개하고 예산 집행 상황도 모두 공개하겠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가 올 3월 개교했다. 총장 부임 당시 UNIST와의 관계가 ‘상부상조’와 ‘동반자’라고 설정했는데….

“세계적인 대기업이 밀집된 울산은 한국의 한 도시가 아니라 한국을 이끌어가는 도시다. 울산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는 도시가 되어야 하며, 울산대와 UNIST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신설 대학인 UNIST가 하루빨리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울산시민과 울산시,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의 대학생은 앞으로 40, 50년 후까지도 사회생활을 하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들이 활동하는 무대는 세계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은 대학 시절에 세계에 적응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면학과 더불어 대학을 좀 더 질서 있고 품격 있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에는 실력을 쌓는 것은 물론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함양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경기고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한국과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82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2005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서울대 공대 학장을 지냈다. 2001년 한국공학한림원으로부터 ‘젊은 공학인상’을, 2005년에는 한국세라믹학회 학술상을 각각 수상했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 임명됐으나 교과부 간부들의 특별 보조금 모교 지원 논란으로 같은 해 8월 사퇴한 뒤 9월 제8대 울산대 총장으로 부임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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