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식-그린 ‘3大 인프라’에서 글로벌 경쟁력 나온다 《세계은행은 올해 ‘경제지리 재구축 (reshaping economic geography)’보고서를 내놓고 공간적 균형발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경제 성장은 불균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으며 경제적 통합을 통해 낙후지역까지의 포괄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세계은행은 경제성장의 3가지 키워드로 ‘밀도(Density)’ ‘거리(Distance)’ ‘분할(Division)’ 등 ‘3D’를 제시했다. 밀도를 높이는 도시화 전략, 각 지역 간 거리를 좁혀 이동성을 키우는 지역개발 전략,국가 간 분업화를 통해 역내 통합으로 이어지는 발전전략이 경제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메가시티리전 (MCR·광역경제권)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 MCR는 집적과 연계를 통해 성장엔진을 재점화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
경인권이 도쿄권 따라가려면 철도망 1455km 연장 필요 개방형 혁신클러스터 육성 고성장 역량 강화 주력해야 ○광역교통 인프라로 경제적 통합 2005년 기준 경인권(서울 인천 경기)의 교통 혼잡비용은 12조9000억 원으로 전국 혼잡 비용의 54.4%를 차지했다. 신도시에서 서울까지 도로 통행속도는 1998년 시간당 40.8km에서 2006년 29.7km로 떨어졌다. 베드타운 중심의 신도시 개발로 통근 인구는 느는데 광역 대중교통망에 대한 투자가 뒤따르지 못해 물류비용 증가, 대기오염,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 것이다. 이는 국내외 자본과 인재를 끌어오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도심 외곽지역과 도심을 단절시켜 경제적 통합을 막는 요인이다. 선진국은 광역교통 인프라를 통한 도심 외곽지역의 경제 통합에 나섰다. 영국 런던권은 도심 외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크로스레일’ 건설에 나섰다. 2005년 이민계 청소년의 폭동을 경험했던 프랑스 파리는 파리 도심을 거치지 않고 외곽을 연결하는 고속 외곽순환 철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인권과 부울경권(부산 울산 경남)의 갈 길은 멀다. 경인권이 일본 도쿄권, 영국 런던권과 유사한 광역철도망을 갖추려면 현재보다 1455km, 1280km의 철도망 연장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일명 대심도철도) 160km 구간이 완공되더라도 격차가 크다. 인천공항, 인천항, 평택항의 수송 물량 증가를 대비해 공항과 항만 배후 물류체계를 개선하고 경인권 주요 도시와 인천공항 간의 연계 교통망 확충도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개방형 혁신클러스터로 무장 지식기반 산업 중심의 클러스터 확충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인건비가 싼 개도국과 달리 생산성을 높여 성장하는 혁신 모델이 대안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의 네트워크가 고급 인재와 자본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벤처 캐피털과 금융시장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업화하는 지식과 재무적 관점의 혁신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 국내 연구기관의 91%가 자원 활용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 연구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도 2006년 기준 8억 달러로 영국 21억 달러, 미국 실리콘밸리 95억 달러보다 크게 낮다. 글로벌 경쟁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교역형 클러스터(Traded Cluster)’를 육성할 필요도 있다.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 클러스터 중 상품을 국내외에 판매하는 ‘교역형 클러스터’가 내수 중심의 ‘지역 클러스터(Local Cluster)’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낮았지만 평균 임금과 성장률은 각각 1.5배로 높았다. 경인권이 강점을 보유한 정보기술 클러스터, 생명과학, 환경산업 등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대덕연구단지 등의 국내 연구기관 및 해외 클러스터와 연계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글로벌 개방형 혁신 시스템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린(Green)’과 ‘글로벌(Global)’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 포천시 신북면과 연천군 청산면. 무허가 염색공장이 난립한 이 지역이 최근 섬유산업단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환경부가 2011년 3월까지 산업단지 지정을 받고 폐수종말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공장 설립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 지역에 약 8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섬유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공장을 양성화하는 대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개별 규제로 환경 보호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녹지 공간과 자연보전권역을 구분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권역별 규제도 점차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별 규제로 효율성을 높이고 녹지공간을 전략적으로 연계해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그린 인프라’ 전략이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관공서, 은행, 병원 등의 서비스 업종에서 외국인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영어 문서와 통역 등을 개선하고 외국인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전용 거주 지역을 건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싱가포르는 외국인 인력을 인재의 질에 따라 6등급으로 나눠 차별화된 혜택을 부여하는 ‘6등급 패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경기도 추진 수도권광역급행철도는 지하 50m 최고 시속 200km 주행 동탄∼강남 1시간→18분 단축 경기도가 추진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일명 대심도철도)는 수도권 교통난을 해결하는 묘안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도로망과 지하철이 포화상태여서 서울과 경기, 인천을 연결할 수 있는 다른 교통수단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GTX는 지하 40∼50m에 건설되기 때문에 일반 지하철(지하 20m 안팎) 노선에 구애받지 않는다. 건설비용도 지상 보상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의 분석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160∼200km, 정지상태를 포함한 평균속도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현재 지하철 평균속도인 30km에 비해 3배 이상 빠르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까지 38km의 주행시간이 현행 1시간 이상에서 18분으로 단축된다. 김시곤 서울산업대 철도경영정책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지상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GTX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GTX는 경기도의 건의로 시작됐지만 국토해양부도 건설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노선과 건설비용 등을 따져보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대심도 급행철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10월이면 결과가 나오고, 올해 말까지 수도권 광역교통 기본 계획과 국가 철도망 계획에 최종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GTX는 3개 노선 145.5km 구간이다. 고양 킨텍스∼동탄신도시(74.8km·28.5km는 KTX 선로), 의정부∼군포 금정(49.3km), 청량리∼인천 송도(49.9km) 등이다. 총 13조9000억 원을 들여 2011년 1월 착공해 2016년 9월 개통할 계획으로 하루 76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등 10개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일부 노선을 바꾸고 1개 노선을 추가한 4개 노선 160km 구간을 주장하고 있다. 추정 사업비는 12조 원. 일부 노선 건설을 주장하는 2개 컨소시엄도 각각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국토부에 제출했다. GTX가 건설되면 자동차 통행량은 하루 88만 대가량 줄어들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0만 t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연간 5800억 원의 에너지 소비 감소, 연간 6600억 원의 교통혼잡비용 감소, 26만 명의 일자리 창출, 27조5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이제는 환경오염이 적은 녹색교통으로 가야 국가경쟁력도 강화된다”며 “광역급행철도는 교통혁명에 따른 수도권 공간구조 및 생활패턴 변화, 유류세 인하 등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