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연명치료 항목별 선택”

존엄사 사전의사결정 추진

세브란스병원이 인공호흡기를 뗀 김옥경 할머니(77)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존엄사 사전의사결정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이철 세브란스병원장은 “병원의료윤리위원회와 함께 병원을 찾는 일반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사전의사결정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서울대병원이 지난달 15일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공식적으로 통과시킨 적은 있지만 일반인과 환자를 대상으로 존엄사 사전의사결정서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의사결정서에는 심폐소생술, 투석, 인공호흡기 부착 여부 외에 영양 공급, 제세동기 사용, 항생제 투여, 혈액검사 등의 조치 여부가 포함될 예정. 서울대병원의 사전의료지시서는 말기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침습적인 검사·처치, 고통 완화 처치 등 다섯 가지 조치 여부를 묻고 있지만 영양공급 등 다른 연명치료 조치에 대한 내용은 없다. 김 할머니는 현재 영양 공급, 항생제 투여 등을 통해 연명치료를 받는 상황이어서 존엄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인공호흡기를 뗀 후 15일이 지나면 영양 공급을 중지시키는 주(州)가 많다”면서 “세브란스병원의 사전의사결정서에는 다양한 연명치료 조치 여부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