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성생활 중요” 56%
이성교제에도 높은 관심
65세 A 씨는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인 취급 받는 것을 싫어하고 여가 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그는 두세 가지의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다. 자녀가 있지만 경제적 능력만 있다면 함께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성교제에도 관심이 있다.
A 씨는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낸 항목으로 구성해 본 노인의 모습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노인복지법에 따라 전국 60세 이상 성인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노인실태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70세 이전까지 스스로를 노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경제능력을 갖춰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노인을 정의하는 연령 기준은 없다. 노인복지법이나 각종 공식 통계 등에서 대부분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삼고 있지만 노인복지주택 입소자격과 같이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65세가 노인을 정의하는 대표적 기준이 된 것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당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66세였다. 지난해 평균수명은 79세로 28년 전에 비해 13세가 늘었다. 이회승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 이사는 “요즘은 회갑잔치도 거의 없어졌고 65세는 동네 노인정에서도 어린 취급을 받을 정도”라며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는 지금 60대를 노인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응답자 대다수는 노후에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근로활동’을 꼽았고 ‘자녀와 함께 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서혜경 한림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자립적인 노인이 많아지는 것은 평균수명 연장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평균수명이 늘면서 70대 노인도 스스로 50대와 같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자녀의 눈치를 보며 생활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후에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많은 것에 대해 서 교수는 “수명이 길어졌지만 경제력은 그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인들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소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는 것. 이번 조사에서 노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필요한 정책은 ‘기본적 생활유지를 위한 소득 보장’(67.7%), ‘일자리 지원’(12.1%)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노후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답했고 ‘홀로 된 노인의 이성교제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25.8%나 됐다. 이번 조사 결과 노인들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는 노인은 82.1%이고 복용하는 약은 평균 2.4가지였다. 복지부는 노인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은 만큼 예방 차원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