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길
노조 해고막으려 강경투쟁
근로자 피해 줄이지 못해
● 다른 길
GM대우 경영진-노조 화합
정상화뒤 해고자 전원 복직
쌍용자동차 사태의 해법이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영 여건이 이미 한계에 이른 상황이어서 사실상 파산 절차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2000년 말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회생한 GM대우자동차의 선례가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2년 출범한 GM대우차는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해 대우자동차를 정리하며 해고했던 직원 중 복직을 희망한 1609명을 2006년 전원 다시 채용했다.
○ 8년 전 GM대우-쌍용차 사태 닮은꼴
대우차 역시 경영진이 2001년 2월 감원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하며 총파업에 돌입했고 사측은 172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노조는 거의 동시에 공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으며 이는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쌍용차 평택공장 사태의 진행 상황과 꼭 닮은꼴이다.
한국노사관계학회는 ‘업종별 노사협력 사례연구 보고서’에서 “2000년 대우차 노조는 17대 집행부가 출범하자마자 회사 부도 사태를 맞게 되면서 회사 측 사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현장 분위기 그대로 강성 투쟁을 선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노조 지도부가 전략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현장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지적은 현재 쌍용차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쌍용차 고위 임원은 “노조 집행부가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차 사태 때에는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해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원을 해산시켰다. 그러나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를 겪은 현 정부가 평택공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전체 위해 희생’식 설득은 무의미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우차 사태의 교훈에 대해 “강성 노조가 결국 해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도 ‘총고용 보장’만 주장하며 스스로 입지를 좁힐 게 아니라 정리해고 폭을 줄이고, 나가는 사람에 대한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일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마찬가지로 해고 당사자들에게 ‘전체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설득하는 것도 무의미하다”며 “주주와 남게 되는 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자들을 위해 위로금 등을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쌍용차 상황이 8년 전 대우차보다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당시 대우차는 경차와 소형차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고 세계 자동차시장 상황도 나쁘지 않아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기 어렵지 않았다”며 “그러나 쌍용차는 내적인 경쟁력도, 외부 변수도 그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정부가 지원하든 산업은행이 지원하든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먼저 노사가 자생적인 ‘생존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