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포커스: 고등학교의 변신
(박제균 앵커) 고등학교들이 신입생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사실이 참 새로운데요, 교육생활부의 허진석, 김기용 기자와 함께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고등학교 현장을 다녀온 김기용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죠, 김 기자, 앞서 보도한 보인고의 경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기용 기자) 네 그렇습니다. 보인고는 지난달 13일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와 수학 경시대회를 치렀는데요, 우수한 학생 400여 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보인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죠.
보인고는 내년 신입생 450명 가운데 최대 400명이 내신 성적 3%이내에 드는 최우수 학생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장학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20억 원을 이미 확보해 둔 상탭니다.
(김현수 앵커) 학교가 그 큰 돈을 한꺼번에 마련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재단의 지원이 필요했겠군요.
(김기용)네 물론입니다. 김석한 보인고 이사장은 기업 운영을 통해 번 돈을 사회로 환원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모교인 보인고를 5년 전에 맡았습니다.
김 이사장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상업학교를 과감히 인문계 학교로 전환했고, 학교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이 같은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보인고는 최근엔 서울시교육청에 자율형사립고 전환 신청도 한 상탭니다.
(박 앵커) 김 기자, 변화를 시도하는 다른 학교도 소개해 주시죠.
(김기용) 네, 망우동의 혜원여고는 서울 지역 인문계 고등학교 가운데 처음으로 기숙사를 지었습니다.
고교선택제가 되면 지금보다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기숙사 생활을 통해 사교육 유발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휘경동의 휘경여고는 교복을 바꾸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여학생들에게는 예쁜 교복이 학교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 교복은 상·하의를 모두 검은 톤으로 맞추고, 소매와 치맛단 끝에 까만 벨벳을 덧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과 흡사한 분위기를 냈습니다.
압구정동의 구정고등학교는 9월부터 학교 이름을 '압구정 고등학교'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구정'이라는 이름만으로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해 있는 장점을 명확히 전달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홍보 강화'에 나선 학교도 많습니다. 신목6동 신목고등학교는 한 학기에 한 번 하던 학부모 대상 대입 설명회를 올해부터 분기마다 한 번씩 1년에 4차례로 늘렸습니다.
또 봉천동의 영락고등학교는 올 들어 교사 3명으로 구성된 '교육 홍보부'를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김 앵커) 고등학교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허진석 기자와 얘기를 나눠보죠, 허 기자, 이런 고등학교의 변화에 대해 교육청은 물론 구청들도 지원을 한다고 하던데요?
(허진석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역에 좋은 고등학교를 만드는 것이 지방선거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초구의 서울고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약 100억 원이 투입되는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의 학습관을 짓기로 했습니다.
서문여고 역시 서초구로부터 62억 원을 지원받아 최신 정보도서관을 건립할 방침입니다.
서울 양천구와 송파구 등은 자체적으로 고교설명회를 열어 학부모들의 정보 갈증을 풀어주기도 했습니다.
(박 앵커) 허 기자, 사립학교는 재단의 지원 여부에 따라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공립학교는 조금 다르지 않나요.
(허진석) 사실 그렇습니다. 공립학교들은 사립학교보다 고교선택제 준비에 대한 절박함이 덜 한 분위깁니다.
하지만 열의가 있는 일부 교장들은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여의도여곱니다.
지난해 부임한 이준순 교장은 '사교육 없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수준별 수업을 강화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공모를 거쳐 서울시교육청에서 따냈습니다.
(김 앵커) 학교들의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긴 하는데요, 그런데 혹시 고교선택제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은 없나요?
(허진석)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긴 합니다. 우선 시행 첫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기피학교로 한 번 낙인찍히면 다시는 회복이 어려울 거라는 걱정입니다.
정당한 경쟁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 보면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고교선택제 시행 후 3년 동안 지원율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이외에도 공립학교의 질이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립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평생직장' 인식에 재단의 노력이 결합해 적극적으로 학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비해 공립학교는 변화에 대한 동기유발이 적기 때문입니다.
몇 년 지나면 특목고-자율형사립고-사립고-공립고 등 4단계로 학교 순위가 구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앵커)공립학교의 적극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도 추가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 같군요. 허진석, 김기용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