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들이 빨리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 바람직한 것처럼 조급해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지난달 30일 경북 영천시 영천여성복지회관에서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생활 이야기’라는 연극이 공연됐다. 영천시가 올해 2월부터 시작한 ‘결혼이민여성 한국문화교육 수료식’의 한 가지 행사였다. 연극에 참여한 필리핀 출신의 헨마스 씨(34·영천시 북안면)는 “이민여성들이 차근차근 한국을 알아갈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 한국에 온 그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영천에 사는 결혼이민여성 300여 명 가운데 70명은 6개월 동안 매주 두 차례 한국어 공부를 비롯해 가족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수료식에서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출신의 이민여성들은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의 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정을 나눴다. 김영석 영천시장도 필리핀 국수를 먹으며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베트남 출신 한 여성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 며느리라고 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선입견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며 “이제 한국인인데 이런 생각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여성 7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18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교육에도 운전면허 학과시험 준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성복지회관 신미경 씨(39·여)는 “결혼이민여성이 늘면서 지역사회가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라며 “이민여성의 옷차림이나 말투 등 일상적인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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