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빨리빨리 대신 여유 갖고 지켜봐 줄순 없나요”

  • 입력 2009년 7월 2일 06시 42분


영천 결혼 이민 여성 교육

“결혼이민여성들이 빨리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 바람직한 것처럼 조급해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지난달 30일 경북 영천시 영천여성복지회관에서는 ‘외국인 며느리들의 한국생활 이야기’라는 연극이 공연됐다. 영천시가 올해 2월부터 시작한 ‘결혼이민여성 한국문화교육 수료식’의 한 가지 행사였다. 연극에 참여한 필리핀 출신의 헨마스 씨(34·영천시 북안면)는 “이민여성들이 차근차근 한국을 알아갈 수 있도록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2년 한국에 온 그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영천에 사는 결혼이민여성 300여 명 가운데 70명은 6개월 동안 매주 두 차례 한국어 공부를 비롯해 가족 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수료식에서 베트남과 중국, 필리핀 출신의 이민여성들은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의 국수를 직접 만들어 먹으며 정을 나눴다. 김영석 영천시장도 필리핀 국수를 먹으며 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베트남 출신 한 여성은 “베트남이나 필리핀 출신 며느리라고 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는 선입견을 많이 갖는 것 같다”며 “이제 한국인인데 이런 생각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민여성 7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 18일부터 시작되는 하반기 교육에도 운전면허 학과시험 준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성복지회관 신미경 씨(39·여)는 “결혼이민여성이 늘면서 지역사회가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느낌”이라며 “이민여성의 옷차림이나 말투 등 일상적인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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