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의 미군부대인 캠프워커 내 H-805 헬기장을 경북 칠곡군의 미군부대로 옮기는 계획이 주한미군 측 사정으로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한미군 측은 헬기장을 옮기는 대신 헬기장 주요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이를 대체하는 소규모 헬기장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당초 남구는 지난해 말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이 이 헬기장과 활주로 등을 칠곡군 왜관읍으로 이전하는 협약을 맺기로 해 헬기장과 A-3 비행장 활주로 등 7만6443m²의 땅을 돌려받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미군 헬기장 이전 대신 축소
1일 국방부와 남구 등에 따르면 캠프워커 내 H-805 헬기장 이전 사업의 세부 내용이 변경돼 헬기장 주요 시설을 철거하고 그 대신 인접한 새 용지에 소규모 헬기장을 새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새 헬기장 조성이 추진되는 곳은 캠프워커 부근 시유지 3만3000m². 주한미군 측은 이 헬기장의 주기장(헬기 보관건물)과 정비격납고, 승무원시설 등을 모두 철거하고 이 시유지에 소규모 대체 헬기장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주기장과 정비격납고 등이 있던 땅은 대구시에 반환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측이 캠프워커의 헬기장 시설을 옮기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군사적인 중요도가 떨어져 주요 시설을 이전하는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시설은 대구시가 계획 중인 3차 순환도로 통과 지점에 있어 그동안 이 도로 개설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캠프워커 헬기장 터는 2만9273m²이며 이 헬기장을 통과하는 3차 순환도로(폭 40m·왕복 8차로)의 면적은 3만327m².
이에 앞서 칠곡군 등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방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대구 남구의 미군부대 헬기장 이전 사업의 세부계획이 바뀌어 헬기장 주요 시설은 다른 기지로 옮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월 국방부와 주한미군 측이 마련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합의건의문에는 캠프워커의 비행작전시설과 승무원시설, 정비격납고, 주기장 등 4개 시설을 칠곡군 왜관읍의 캠프캐롤로 이전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진행된 한미 실무합의 과정에서 마련된 LPP 합의건의문에는 내용이 일부 변경돼 캠프워커에 정비격납고, 주기장 등은 캠프워커 내에서 위치만 옮겨 그대로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캠프워커 헬기장의 주요 시설이 그대로 남지 않고 모두 철거되며 용지는 모두 대구시에 반환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남구
남구는 1일 이 같은 사실을 국방부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구 측은 헬기장의 완전 이전이 무산돼 아쉽지만 일단 헬기장 내 주요 시설이 철거되고 시설 용지가 반환되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헬기장 주요 시설이 철거되는 데다 신설 헬기장의 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A-3 비행장 활주로 등 나머지 용지 반환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임병헌 남구청장은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해 돌려받게 되는 활주로 용지 등을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헬기장을 모두 이전하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이 헬기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큰 불편을 겪어온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헬기장 부근 주민 1만여 명은 헬기 이착륙 때 나는 소음과 진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헬기장 인접지의 신축건물 높이도 제한돼 장기간 재개발 및 재건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헬기장 이전은 남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