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예쁘다. 이름이 뭐야? 너는 뭐가 되고 싶니?”
“(대답을 안 하다가 수줍은 목소리로) 간호사요.”
“너는?”
“저는 나중에 피아니스트가 될 거예요.”
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있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관장 문종석)에선 작지만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엄마의 자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의 다문화가족 프로그램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17명의 다문화어린이, 40여 명의 이주여성 등이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어린이들은 먼저 사각형의 비닐에 자신이 미래에 뭐가 되고 싶은지를 적고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쓴 아이도 있었고, 고고학자 혹은 가수가 되겠다고 한 아이도 있었다.
김 여사는 몽골 출신의 어머니를 둔 정은주 양(6)이 한글로 ‘가호사’라고 적자 은주 양의 손을 직접 잡고 ‘ㄴ’자를 적어주기도 했다. 자신들의 소망을 다 적은 아이들은 비닐을 나비 모양으로 접어 지도의 엄마 나라를 찾아 핀으로 정성스레 꽂았다. 김 여사도 은주 양과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쓴 모나 양(11)의 엄마 나라(이란)를 함께 지목하며 자연스레 어울렸다.
‘엄마나라 동화 구연’도 볼만했다. 이란의 메헤란 씨(45), 몽골의 암가마 씨(33)와 자녀들은 각각 이란의 전래동화인 ‘할머니와 커다란 호박’, 몽골의 전래동화인 ‘사슴과 낙타이야기’를 익살맞은 표정을 섞어 능숙한 한국어로 소개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모인 어린이의 엄마 나라는 일본 이란 레바논 베트남 몽골 등 제각각이었지만 서로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8명의 아이들은 핸드벨로 ‘도레미송’과 ‘즐거운 나의 집’을 함께 연주하고 ‘왼발 오른발 아빠 발등 타고’라는 동요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은 김 여사는 인사말에서 “언어와 풍습이 다른 한국으로 시집 와서 시댁 어른 잘 모시고 자녀들을 이렇게 잘 키워줘 고맙다”면서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여러분 자녀들은 대한민국 말과 모국어를 둘 다 배워 나중에 성장해서 일해 나가는 데 좋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여사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데 불편함이 없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겠다. 나는 잠시 다녀가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끝까지 잘되길 바란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동아일보가 함께 진행하는 ‘2009 지역 다문화 프로그램 지원 사업’ 중 하나로 펼쳐진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 정진곤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다문화도서관을 지원하고 있는 강덕수 STX 회장,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동아일보 김학준 회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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