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까지 지방서 상경
학원가 주변에 유학촌 형성
月130만원 원룸도 벌써 품귀
대치동을 찾는 학생 중에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를 준비하거나 국내 대학의 재외국민특별전형을 노리고 입국한 역유학생이 많다. 특례입학을 준비 중인 유모 군(18)은 “집이 경남 마산이지만 어머니와 함께 대치동에서 투룸을 구해 살고 있다”며 “학원에서 보니 나 같은 학생이 많더라”고 말했다.
재외국민특별전형 입시전문인 대치동 F학원 김광진 실장은 “미국이나 동유럽권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이미 입국했고, 최근에는 아시아권에서 유학하는 학생들이 방학을 앞당겨 대치동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외국 각지에 나가 있던 학생들이 환율이 오르면서 유학을 접고 입국하는 사례가 많다”며 “지난해에 이런 학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자 ‘자체 방학’을 하고 특수목적고와 자립형사립고의 심층면접 대비를 위해 대치동에 온 중학생도 많다. 1일 오후 11시경 대치동의 편의점에서 과자와 라면을 한 봉지 사가지고 나온 최모 군(15)은 “특목고 입시를 준비 중인데 경남 창원에는 전문학원이 없어 서울로 와 학원 인근에서 자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엘림부동산 박주배 대표(59)는 “마산이나 창원, 순천, 광양 등 경남 전남의 교육열이 높은 중소도시 출신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시작된 국제중 열기 때문에 초등학생까지 ‘대치동 유학’에 가세해 원룸을 구하려는 학생들의 연령이 낮아진 게 올여름 방학의 특징이다. 대치동 학원가 다세대주택 지역에 있는 은혜부동산 김성연 소장(35)은 “며칠 전 중국에서 유학 중인 초등학교 4, 5학년 형제를 둔 어머니에게 방을 구해줬다”며 “올해는 초등학교 5, 6학년 등 어린 학생을 둔 학부모들이 원룸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보통 엄마와 함께 오지만 고등학생들은 혼자 와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이불빨래며 청소 등 집안일을 돌봐주도록 한다.
‘나홀로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학원 인근의 다세대주택 지역에서는 특이한 광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새벽이면 도시락을 배달하는 차량이 일대를 돌아다닌다. 자취 중인 학생들은 아침으로 현관 앞에 놓인 도시락을 먹는다. 특목고 준비를 위해 마산에서 온 중학교 3학년 김모 군(15)은 “아침에는 배달도시락을 먹고, 점심 저녁은 학원 근처에서 때운다”며 “집 생각이 나기도 하지만 두 달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