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2만달러는 의례적 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약 25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6)이 3일 열린 1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천 회장은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돈 5만 위안(약 2500만 원)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레슬링협회 부회장이었던 박 전 회장이 선수들을 격려하라고 준 돈”이라며 “세무조사와는 상관없고 세무조사 무마 청탁도 돈을 받은 훨씬 이후에 있었다”고 밝혔다. 천 회장의 변호인은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은 골육지정(骨肉之情)을 나눈 친한 사이이며 모두 수백억 원의 재산가인데 청탁 대가로 2500만 원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천 회장 측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세중나모여행 임직원 명의의 차명 주식을 매매 형식으로 자녀에게 넘긴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법리적으로 탈세 및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전 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로 불구속 기소된 이택순 전 경찰청장도 이날 첫 공판에서 “경찰청장 재임 당시 돈을 받긴 했지만 뇌물은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청장은 “2007년 7월 여름휴가 때 평소 친분이 있던 박 전 회장의 골프장을 방문해 돈을 받긴 했지만 의례적이고 사교적인 것으로 직무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전 청장은 2003년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으로 재직할 때 박 전 회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