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초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74·사진)은 “앞으로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할 때 지역적 배려나 학교 안배, 정치적 고려 등 ‘구태’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은 옛 과학기술부에서 이공계 연구 지원을 맡아 온 한국과학재단과 국제협력사업을 진행해 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옛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학술연구 지원을 담당한 한국학술진흥재단을 통합해 지난달 26일 출범했다.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에서 지난달 자리를 옮긴 박 이사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잘못된 관행에 따라 쓸 수 없다”며 “학자들의 능력을 중심으로 공정히 심사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이사장은 관련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를 프로젝트 관리자(PM)로 영입할 계획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PM 추천위원회(Search Committee)를 구성해 가장 적절한 후보자를 영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학자들의 연구를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해 단기적으로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연구일지라도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최고 5년, 최대 5억 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제도화하겠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풍토’가 정착돼야 앞으로 우리 학자들에게 노벨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연구재단의 이 같은 노력이 계속되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해외 한국 박사들의 귀국 포기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예산은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21.1%인 약 2조6000억 원이며 2012년에는 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과학재단(NSF)은 올해 약 5조5000억 원, 일본학술진흥회(JSPS)는 약 2조300억 원, 독일연구협회(DFG)의 경우 약 1조6000억 원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