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선진과 창조의 모임 문국현 원내대표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5일 오찬 회동을 갖고 비정규직법과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비정규직법 처리문제는 24일까지가 회기인 이번 임시국회 내에 처리가 불투명해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디어관계법의 경우 이번 주부터 여당이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 여야, 접점 못찾고 이견만 확인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여야 원내대표들은 2시간 동안 회담을 하면서 시종 격한 언사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서로 견해차만 확인했을 뿐 비정규직보호법의 시행 연기를 위한 법 개정 논의를 한 발짝도 진척시키지 못했다. 안 원내대표는 협상이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기존 1년 6개월 유예안보다) 한발 더 양보해 ‘1년 유예 안이라도 좋다’고 했지만, (한때 협상안으로 6개월∼1년 유예를 제시했던) 민주당이 법 적용 유예 자체에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별도의 기자간담회에서 “법 시행 단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조치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옳다”며 “안 원내대표가 야당과 대화를 했다는 형식 요건을 갖춰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얻어내기 위한 면피용으로 협상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겉으로는 추가협상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분위기가 많은 편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단독 처리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강행처리는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분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 상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고사태가 좀 더 심각해지고 민주당이 등원을 계속 거부하면 한나라당은 7월 말과 8월 초 사이에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단독으로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 미디어법 충돌 예고
한나라당은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미디어법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민주당의 협상요구를 표결처리에 대한 여야의 3월 합의를 깨기 위한 ‘시간 끌기’로 보고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 함께 강행처리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미디어법은 상임위에 전적으로 맡기고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6일부터 상임위에서 미디어법을 본격 논의할 것”이라며 “본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상임위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미디어관계법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태도다. 민주당은 문방위 회의장 출입 자체를 원천 봉쇄할 예정이어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민주당 요구 가운데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지분 참여 금지’를 받아들이면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