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한국인은 러시아의 이런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았다.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의 높은 언어장벽 때문인데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관광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조차 영어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문화 유적지의 안내판을 영어로 만든 경우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유학생이나 교민은 유창한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않는 이상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앞에 두고도 피상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제정 러시아의 겨울궁전으로 쓰였으며 지금은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한국어 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로마노프 왕조의 거대한 소장품의 집합소로 렘브란트, 라파엘, 로댕, 세잔, 고흐, 피카소 등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포함해 300만여 점의 방대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한국어 음성 가이드의 품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멀티미디어 가이드는 작품 설명과 함께 영상까지 동시에 제공해 흡인력을 높였다. 아나운서 김성주 씨와 연극배우 손숙 씨가 녹음했는데 듣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해설도 단순히 누가 언제 무엇을 그렸다는 식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부터 뒷이야기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5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루브르 박물관에 일본어나 중국어 가이드는 있는 반면 한국어 가이드가 없어 속상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한국어 안내를 듣게 된 것은 후원하는 기업의 노력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국력 신장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이다. 2010년은 한-러 수교 20주년이다. 이번 한국어 서비스를 계기로 양국 간에 더욱 많은 문화교류를 기대한다.
송조은 고려대 노문과 4학년 현재 러시아 상트페테 르부르크 국립대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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