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인하대를 졸업하는 유상일 씨(27·컴퓨터정보공학과)는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졸업 예정자들이 취업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2곳의 업체로부터 동시에 취업 제의를 받은 것. 중소기업인 이들 업체는 유 씨를 채용하기 위해 초봉을 “대기업의 연봉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유 씨는 다른 졸업생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가졌기에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을까. 그는 웹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지난해 3월 21일 ‘스펙 업’이라는 카페를 만든 운영자. 이 카페 회원은 2일 10만 명을 돌파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취업 정보의 전 단계인 스펙(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을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 정보도 제공하지만 대기업과 정부 부처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여는 봉사 등 각종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해 취업 대상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자신의 경력을 추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카페에 상세히 소개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다.
“스펙 업은 일종의 ‘대학생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비슷한 성격의 카페도 있지만 가장 신속하게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취업을 위한 팁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 씨가 스펙 업을 만든 동기는 대학 졸업이 다가오면서 “도대체 대학 생활에서 남긴 것이 무엇인가”란 회한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활동을 하지 않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낸 자신의 대학생활이 후회스러웠던 것. 그래서 그는 2007년 휴학을 한 뒤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전념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해외자원봉사에 참가해 20여 일간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정보기술(IT) 교육을 했다. 또 삼성전자가 실시한 노트북PC 홍보대사로 해외 활동을 하면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기업이 여는 캠퍼스 파티(일종의 대학생 대상 이벤트)에도 참여해 다른 대학 학생들과 정보를 교류했다.
유 씨는 “휴학을 하면서 하게 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스펙을 올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카페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카페를 처음 만든 뒤 유 씨 혼자 웹 서핑을 하면서 최신 정보를 올리느라 분주했다. 하루 평균 2∼3시간 카페 운영에 매달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웹 서핑을 하는데 자신이 있었어요. 그때는 웹 서핑을 통해 얻은 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려줬는데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이 같은 노력으로 차츰 스펙 업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회원 수도 크게 늘어나 운영진도 만들어졌다. 현재 유 씨 외에 10여 명으로 구성된 운영진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진은 회원들 간 미팅을 주선해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카페가 커지다 보니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회사로부터 카페를 팔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온 것. 회원이 많고 잘 키워 놓은 카페의 경우 관련 기업들이 운영자에게 카페를 팔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 씨는 “어떤 곳에 취업을 하느냐가 대학생활 전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자신의 역량을 키워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도 성공하는 첫걸음인 것 같다”며 “졸업 후에도 카페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진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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