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줄고 외국인 보는 시각도 우호적으로
“야간 방범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대구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된 것 같기도 해 가슴이 뿌듯합니다. 함께 방범대원으로 활동 중인 다른 나라 근로자와 사귈 수 있어 너무 좋아요.”
4일 오후 9시. 대구 달성군 달성공단 내 공단파출소 옆 외국인자율방범대 사무실. 이 방범대 대장인 스리랑카 출신의 피리스 씨(29·달성공단 D공업사 직원)는 “한국 경찰관에게서 범죄 대처 요령을 배운 것이 인상적”이라며 “앞으로 태권도 등 호신술도 배우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13일 논공읍 북리의 한 금융기관 앞길에서 한국 경찰관과 합동근무를 하던 중 부근에서 인도네시아인 근로자와 스리랑카 근로자 등 5명이 술에 취해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국땅에서 모두 고생하는데 서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고 설득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은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공단의 ‘밤 풍경’이 밝아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구성된 방범대가 큰 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범대원들이 야간 순찰을 돌기 시작한 이후 공단 일대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패싸움을 하거나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는 일이 크게 줄었다. 이곳 기업인과 주민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보는 시각도 전보다 훨씬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방범대가 결성된 것은 올해 5월 초. 달성경찰서는 달성공단에서 외국인 범죄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만 참여하는 방범대를 만들었다.
현재 인도네시아(9명), 스리랑카(8명), 베트남(3명) 등 3개국 출신 근로자 20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찰은 연말까지 중국과 필리핀 출신 근로자 등을 충원해 4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경찰과 합동으로 공단과 주택가 골목길과 유흥업소 등을 대상으로 순찰을 돈다. 또 일반 주민들로 구성된 방범대와 체육대회를 통해 친목도 다진다. 현재 달성공단에는 업체 224곳에서 12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대부분 공장 기숙사나 주택가에서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자율방범대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면서 외국인 범죄도 줄었다.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까지 달성공단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는 40여 건이었으나 올해는 6월 말 현재 23건으로 감소했다. 논공읍 북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주민 남동진 씨(42)는 “가게 부근 PC방과 술집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밤늦게 놀며 소리를 지르거나 싸움을 하는 등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았는데 외국인 방범대원들이 순찰을 돌기 시작한 이후 동네가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D사 대표 권원섭 씨(53)는 “외국인 직원 4명이 방범대원으로 참여 중인데 이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사무실로 찾아가 야식을 제공하고 격려도 한다”고 말했다. 달성경찰서 공단파출소 이재환 소장(53)은 “외국인 고용업체의 추천을 받아 자율방범대를 구성했다”며 “이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외국인 범죄예방 등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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