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첫날인 7일 학원들이 빼곡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오후 10시가 되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고 학원들은 불을 껐다. 심야단속에 나선 교육청 사람들만 헛고생했다. 이들이 실적 없는 일을 하는 데 드는 돈은 국민 세금이다. “애들이 공부하겠다는데 왜 막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학원들은 심야반 대신 주말반 새벽반 편성에 나섰다. 오피스텔 건물을 빌려 오후 10시까지는 학원에서, 그 뒤에는 각방에서 그룹과외를 하는 ‘도심형 기숙학원’도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사정권도 결국 손든 대한민국 사교육이다. 1980년 과외를 전면금지하자 대학생 ‘몰래바이트’가 성행했다. 지금 미국에선 한국식 학원이 인기를 끌 정도로 한국 사교육의 경쟁력은 세계적이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수를 줄이면 영어 수학 과외에 몰릴 게 뻔하다. 대입제도를 바꿔 가위바위보로 뽑으면 가위바위보 학원이 생길 거라고 학원 강사가 장담했다.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뒤지는 한, 남보다 앞서고 싶은 열망이 있는 한 어떤 독재자가 나와도 사교육은 못 잡는다.
▷차라리 학원을 학교로 전환시켜 ‘학원형 학교’를 만들면 어떨까. 그럼 괜히 낮에 학교 가서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학원 심야교습은 줄어들지 모른다. 외국에선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와 자율학교, 실험학교가 실제로 있다. 아니면 학교마다 ‘1타 강사(과목별 최고 인기강사를 뜻하는 학원가의 은어)’를 키우는 등 학교를 학원화하는 거다. 그럼 애들한테 학원 가라고 해도 안 갈 거다. 공무원들이 헛바퀴 도는 학원단속을 할 시간과 에너지를 학교 단속, 전교조 개조에 쏟는다면 우리의 교육은 달라질 수 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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