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없어졌지만 주민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학교에 대한 정(情)은 여전했습니다. 동창회도 열고 한 번씩 주민들이 모여 잔치도 하는 식으로 폐교에 온정이 이어지도록 하려고 합니다.”
경북도내 농어촌의 학생이 줄어들면서 1982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폐교는 현재 608곳이다. 이 가운데 임대한 곳은 138곳이며,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49곳, 매각한 곳은 357곳이다. 나머지 64곳은 아직 활용되지 않고 있다. ▶표 참조
매각된 곳을 제외한 절반가량의 폐교는 기업이나 대학의 연수원, 미술작품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넓은 교정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폐교 부근에 사는 주민들은 ‘폐교가 흉물처럼 방치돼서는 안 된다’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청도교육청이 군내 폐교 8곳에 퇴직 교원 7명을 명예교장으로 임명해 틈틈이 관리하도록 한 것도 주민들의 이 같은 아쉬움과 우려를 달래기 위해서다.
9년 전 청도에서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둔 박희영 씨(69·청도읍 고수리)는 금천면 동곡초교 김전분교의 명예교장이 됐다. 그는 “최근 폐교를 둘러보면서 주민들을 만나보니 폐교가 잘 관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며 “폐교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도록 해서 주민들의 마음에 살아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명예교장제 아이디어를 낸 오수현 청도교육장은 “임대나 매각 같은 방식으로만 폐교를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퇴직 교원들의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임대나 매각과는 달리 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잘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영천교육청은 영천시와의 협약으로 폐교된 옛 영북초교(중앙동)에 2008년 ‘영천 영어타운’을 만들었다. 그동안 영천지역 학생 2500여 명이 활용했다. 또 1998년 폐교된 청송군 파천면 송강초교는 교직원 사택으로 바뀌었다. 운동장 한쪽에 건립한 연립사택을 포함해 이곳에는 현재 청송에 근무하는 교직원 31명이 생활하고 있다. 남아 있는 폐교를 임대 등으로 활용하려면 시군 교육청과 협의하면 된다. 경북도교육청 이학원 재무관리과장은 “폐교 명예교장과 같은 방식을 확대해 폐교가 흉물로 방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