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보여줄 수 없었던 ‘국회’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 참석자들이 의정활동 체험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 참석자들이 의정활동 체험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민주당 ‘어린이국회’ 앞두고 로텐더홀 농성 일시 철수

10일 오전 9시 반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어린이 300∼400명이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 회의장을 방문하니 본회의장 앞 농성을 오후 6시까지만 풀 수 없느냐는 전화였다. 우 의원은 “굳이 이런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공감했다. 이 때문에 제5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이 농성하던 민주당 의원들과 마주치지는 않았다.

지난달 23일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소집에 반발해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시작한 철야농성이 10일로 18일째다. 농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직을 서는 의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국회 행사로 인해 농성을 일시적으로 푸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날 농성 중단은 8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회사무총장포럼’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워준 데 이어 두 번째다.

출석률을 놓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농성은 초·재선 의원 18명이 시작했다. 그 후 지난달 30일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결렬 이후 격려 방문을 한 정세균 대표를 포함해 사실상 소속 의원 전원이 7∼10명씩 한 조를 이뤄 하루 2교대로 농성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농성장에 나타나지 않는 의원이 늘고 있다. 9일 철야농성장을 지킨 의원은 정장선 이시종 최재성 김영록 의원 등 4명뿐이었고 10일 오전 8시 이들과 교대한 의원은 김성곤 안규백 의원 등 2명이었다. 농성을 시작한 초·재선 의원들을 원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한 3선 의원은 “처음 농성하자고 바람을 잡았던 사람들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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