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9시 반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어린이 300∼400명이 국회 본회의장 맞은편 회의장을 방문하니 본회의장 앞 농성을 오후 6시까지만 풀 수 없느냐는 전화였다. 우 의원은 “굳이 이런 모습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공감했다. 이 때문에 제5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에 참석한 초등학생들이 농성하던 민주당 의원들과 마주치지는 않았다.
지난달 23일 한나라당의 단독 국회 소집에 반발해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시작한 철야농성이 10일로 18일째다. 농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직을 서는 의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국회 행사로 인해 농성을 일시적으로 푸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날 농성 중단은 8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회사무총장포럼’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워준 데 이어 두 번째다.
출석률을 놓고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농성은 초·재선 의원 18명이 시작했다. 그 후 지난달 30일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 결렬 이후 격려 방문을 한 정세균 대표를 포함해 사실상 소속 의원 전원이 7∼10명씩 한 조를 이뤄 하루 2교대로 농성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농성장에 나타나지 않는 의원이 늘고 있다. 9일 철야농성장을 지킨 의원은 정장선 이시종 최재성 김영록 의원 등 4명뿐이었고 10일 오전 8시 이들과 교대한 의원은 김성곤 안규백 의원 등 2명이었다. 농성을 시작한 초·재선 의원들을 원망하는 소리도 들린다. 한 3선 의원은 “처음 농성하자고 바람을 잡았던 사람들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