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고 주변에 유사 증상자도 없는 30대 여성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됐다. 보건당국이 우려하던 첫 지역사회 감염 추정 사례다. 또 국내에서 열린 국제합창대회에 참가한 외국인 합창단이 집단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지방에 거주하는 한 어린이집 교사(36)가 3일 발열, 인후통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정밀 역학조사를 한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이 여성은 국가 지정 격리병상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다. 이 여성은 최근 해외를 다녀온 적도, 감염 증세를 보인 주변인과 접촉한 적도 없어 감염 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여성의 가족, 어린이집 동료 교사와 원생들은 아직까지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며 “검역으로 추적조사가 가능한 1차 감염과 달리 2차 감염 경로는 차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는 자주 해외를 드나드는 10, 20대가 68%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면 유아, 고령자 등 면역력이 약한 연령층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 센터장은 “아직 국가위기 경보를 한 단계 상향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13세 여학생이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로 판명돼 조기 방학에 들어간 경북 구미시 모 중학교에서는 또래 친구 3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이 밖에 강원 강릉시 모 초등학교에서는 원어민 교사(25·여)가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로 판명되는 등 10일 하루 동안 33명의 환자가 추가되면서 하루 발생 환자로는 최다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 감염 환자는 380명으로 늘었다.
한편 8일부터 창원, 마산, 진주, 김해 등 경남지역 4곳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합창대회 ‘월드콰이어챔피언십(WCC)코리아 2009’에 참가한 외국인 합창단 13명과 자원봉사자 1명 등 14명이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증세를 나타냈다. 10일 경남도에 따르면 8일 인도네시아 합창단 13명과 국내 자원봉사자 1명이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여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신종 인플루엔자로 의심돼 질병관리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질병관리본부 정밀검사 결과는 11일 오전 나온다. 인도네시아 합창단 13명 가운데 11명은 마산 모 대학, 2명은 김해 모 대학 기숙사를 숙소로 쓰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들을 격리 조치했다.
경남도는 “행사 참가자 가운데 25명이 신종 인플루엔자 의심 증세를 신고했다”며 “이 가운데 11명은 도 보건환경연구원 검사에서는 일단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11일 질병관리본부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야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가 가려진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11일 열릴 예정이던 전반부 폐막식을 취소하는 대신 상장은 개별적으로 전달하고 후반부 행사는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