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국 각 지역에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한 이유는 장마전선이 서해를 건너온 저기압과 만나면서 많은 수증기를 공급받았기 때문이다. 14일 중부지방에 발생했던 폭우도 중국에서 발생한 저기압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16일 남부지방에 내린 폭우는 다르다. 기상청은 “16일 폭우는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남해안까지 올라온 장마전선이 북쪽에서 발생한 차가운 고기압과 만나 급속하게 응결되면서 많은 비구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기압 때문에 중부지방은 15, 16일 맑았다. 중부지방에 맑은 날씨를 제공한 고기압이 남해안에서 장마전선과 만나면서 대량의 폭우를 쏟아 부은 셈이다.
○ 산사태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최근 장마가 국지성 집중폭우 양상을 띠면서 피해도 계속 늘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부산 연제구 연산 6동 일부 주택이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매몰됐다. 이 사고로 건물 안에 있던 신모 씨(여·55)가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또 경남 창원시 귀산동에서는 야산에서 무너진 토사가 김모 씨(65) 집을 덮쳐 안에 있던 김 씨의 아들(33)이 3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전남 광양에서는 황모 씨(33)가 산사태로 흘러내린 흙더미에 깔리면서 실종됐다. 이날 각 지역 소방안전본부에서는 경남 마산시 구산면에서 경사면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갇힌 일가족 3명을 구조하는 등 58번에 걸쳐 136명의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다.
철로와 도로 침수도 잇따랐다. 오전 9시 5분경에는 경남 진해선 신창원역에서 진해 방향으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침목을 떠받친 자갈이 폭우에 씻겨 내려가는 등 전국 각지에서 총 6곳의 철로가 유실됐다. 부산에서는 도로 곳곳이 오전부터 물에 잠겨 연산로터리, 수영로터리 등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부산 409곳을 비롯해 전국에서 총 445군데의 도로가 유실됐다.
농경지 침수도 많았다. 폭우로 전남 지역에서만 농경지 1190ha(약 360만 평)가 침수되는 등 총 1370ha(약 428만 평)의 농경지와 51동의 비닐하우스도 물에 잠겼다.
인명피해를 우려한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293개 초등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17일에는 비가 오지 않거나 약해질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정상적으로 등교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
○ 중부지방도 다시 폭우 예보
소방방재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4시 반부터 비상근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렸다. 부산, 광주 등 8개 시도 지자체에서는 공사장 등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지역을 사전에 점검하고 지역 주민과 여행객에 대한 대피 대책을 마련하는 등 총 4988명의 인력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낙동강 등 주요 강의 범람이 우려되면서 강이 흐르는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488명의 유역비상기획단이 피해 방지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17일 중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중국 중부내륙 지방에서 만들어진 저기압에 의한 것으로 강풍과 천둥 번개가 함께 발생할 것”이라며 “지역에 따라 국지성 집중호우도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순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