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허술한 강도? 뻔뻔한 강도?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담넘다 발 부러지자 영세민 치료비 받아내

지난달 26일 오전 3시경. 서울 금천구 시흥동 주택가에서 도둑질할 장소를 물색하던 서모 씨(25)는 한 단독주택의 2층 주방 창문이 열린 것을 발견했다.

그는 열린 창문으로 들어가 주방 싱크대에서 찾은 흉기를 들고 훔칠 물건을 찾았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할머니 홍모 씨(71)가 서 씨를 발견하고 “도둑이야”라고 소리쳤다. 당황한 서 씨는 할머니와 손녀 김모 양(11)에게 흉기를 휘둘러 얼굴 등에 자상을 입힌 뒤 도주했다.

대문이 열리지 않자 당황한 서 씨는 황급히 2.7m 높이의 담을 뛰어넘다 발뒤꿈치 뼈가 모두 부서졌다. 그는 기어서 도로까지 나간 뒤 택시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가 입원했다. 시흥동 쪽방에서 혼자 사는 서 씨는 강도질을 하다 병원 신세를 졌는데도 “집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며 금천구에서 영세민 치료비 300만여 원 전액을 보조받으며 병원에서 숨어 지냈다.

하지만 서 씨의 도피는 오래가지 못했다. 범행현장 부근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서 씨가 엉금엉금 기어가던 모습이 찍힌 것. 경찰은 기어갈 정도로 다쳤으면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을 것으로 보고 병원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여 서 씨를 검거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17일 서 씨에 대해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인과 어린이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고도 구에서 병원비까지 타낸 뻔뻔한 강도”라며 “서 씨가 동종 전과가 있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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