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응용 ‘수능형’
학습플랜 → 규칙적 공부
《중학생 학부모들의 최종 목표는 ‘내신형, 수능형의 장점을 고루 갖춘 자녀’를 키워내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내신, 수능 모두 놓쳐선 안 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신형의 강점인 ‘암기’와 수능형의 강점인 ‘이해·응용’은 공부의 기본이기도 하다.
부모의 역할은 중학교 때부터 내신형 공부와 수능형 공부를 병행하도록 도와주는 것.
자녀의 성향에 맞춰 고등학교 입시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다.
전형적인 내신형, 수능형 공부성향을 보이는 전교 상위권 중학생 두 명이 전문가들로부터 앞으로의 공부방향에 관한 효과적인 전략을 들었다.》
○ 내신형 최용성 군의 수능형 따라잡기
최용성 군(충남 논산대건중 3)은 “가끔 내 완벽주의에 내가 피곤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에 검정, 파랑, 빨간색 볼펜을 꺼내는 최 군은 나중에 봐도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꼼꼼히 노트 필기를 한다. 시험기간이면 사회, 과학 노트를 빌려달라는 친구들이 주위로 몰려든다.
시험을 앞두고는 학습플래너에 한달, 하루 순서로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다. 어려운 과목, 보통 과목, 쉬운 과목을 한 조로 편성하고 그날그날 공부할 수 있을 양만큼 배분한다. 실천한 정도에 따라 ○, △, × 표시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최 군이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 사회. 싫어하는 과목은 수학, 과학이다. 계산하고 응용하는 과목은 어렵고, 암기하는 과목이 쉬워서다. 최 군은 ‘내신형’이다.
학습컨설팅업체인 스터디맵의 김경미 상담실장은 내신형이든 수능형이든 플래너, 마인드맵(공부내용을 요약하고 키워드들을 뽑아낸 뒤 이들을 연결하면서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작업), 개념노트, 암기카드 등 똑같은 훈련도구로 학습기술을 가르친다. 그러나 동일한 훈련이라도 내신형과 수능형 학생은 보완할 점이 서로 다르다.
최 군을 비롯한 내신형 학생은 ‘양적인 공부’를 중시하는 편이라 공부한 시간의 양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일일 플랜을 작성할 땐 과목별로 그날 공부할 교과서, 문제집 분량까지 정확하게 표시하도록 한다.
최 군이 마인드맵을 작성할 때 특히 집중해야 할 부분은 공부한 내용을 ‘큰 그림’으로 그리며 구조화하는 것. 내신형 학생은 세밀한 암기엔 강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조직화, 구조화하는 데는 서툴기 때문이다.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과목별로 ‘대단원→소단원→내용’ 순으로 써보면서 빈틈이 생기는 부분을 채워나가는 식의 공부도 좋다.
개념노트도 유용하다. 교과서에 나온 개념(‘대기’)과 관련 설명(‘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을 적은 뒤 다시 개념이나 설명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내가 정확히 외웠는지를 확인해보는 공책이 개념노트. 5회 반복이 기본인데 제대로 외웠으면 ○ 표시, 못 외웠으면 × 표시를 한다.
암기카드도 효과적이다. 앞장엔 교과서의 대단원, 소단원 등 목차를, 뒷장엔 해당 단원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쓴 뒤 틈틈이 읽으면서 교과서 전체 흐름을 이해한다.
진로지도업체인 와이즈멘토 허진오 팀장은 “수능 모의고사 점수보다는 내신 성적이 더 잘 나오는 내신형 학생들은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많이 몰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나 자사고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실한 모범생들인 이들은 일반계고에 진학해서 내신 점수가 많이 반영되는 대학 수시모집에 도전하면 승산이 더 높다는 것.
○ 수능형 최지수 양의 내신형 따라잡기
최지수 양(경기 구리시 인창중 2)은 준비물이나 숙제를 종종 잊어버려 고민이다. 꼼꼼한 친구들이 잘 하는 수행평가엔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수업태도는 “과목에 따라 극과 극”(최 양의 표현)이다. 어떤 과목은 절대 졸지 않고 열심히 듣고 어떤 과목은 눈이 스르르 감긴다.
최 양은 좋아하는 과목인 수학시간에는 최선을 다한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수학문제가 풀렸을 때의 성취감이 진정 짜릿하다. 반면 최 양은 계획을 짜서 시간을 관리하는 데는 능숙하지 못하다. 시험공부도 3∼4주 전부터 ‘시작해야지’ 하고 마음먹어도 이내 흐지부지된다. 결국 시험 1∼2주가 남았을 때 시작한다. 최 양은 암기과목을 달달 외우는 것이 지루하고 싫다. 특히 국어, 사회는 어렵게 느껴진다. 최 양은 ‘수능형’이다.
최 양을 비롯한 수능형은 자신이 하고 싶을 때 5∼6시간 몰아서 공부하는 등 ‘질적인 공부’를 중시한다. 이런 학생은 공부습관이 안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아 공부하는 시간이 불규칙하다. 학습플래너를 마련해서 장기 플랜, 월간 플랜, 주간 플랜, 일일 플랜을 짜는 습관을 들인다.
최 양은 마인드맵을 작성할 때 ‘내용 세부요약’에 신경 쓰도록 한다. 수능형 학생은 공부한 내용을 큰 그림으로 파악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평소 교과서를 대충 읽는 경향이 있어 내용을 요약하고 키워드를 콕콕 뽑아내는 꼼꼼한 작업에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마인드맵과 개념노트를 작성하면서 교과서를 꼼꼼히 정독하는 훈련을 한다.
암기카드는 내신형 학생과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본다. 앞장엔 역사적 사건을, 뒷장엔 사건이 일어난 연도와 장소 등을 써서 단순암기 용도로 활용하면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습관이 든다.
와이즈멘토 황영선 컨설턴트는 “수능형 학생은 무엇보다 성실성과 꼼꼼함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단 교과서 위주로 매일 규칙적으로 예습, 복습하는 습관을 들인다. 학교시험을 준비할 때는 15∼20일 전부터 꼼꼼히 학습계획을 세운다. 나만의 암기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습장에 쓰기, 암송하기, 노래로 만들기 등 갖가지 방법을 실험해보며 암기를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이다.
허 팀장은 “수능형 학생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서 한 과목에 깊이 몰두하거나 여러 가지 비교과 활동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이런 학생은 일반계고보다는 비교적 교과 편성이 자유롭고 관심분야에 따라 비교과 활동을 찾아 할 수 있는 특목고, 자사고에 진학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고교들에 특기자 전형으로 들어간 뒤 대학은 정시모집을 통해 합격하겠다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