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수리부엉이가 도심에서 잇따라 발견됐다. 수리부엉이는 개체수가 많지 않은 데다 사람이 있는 곳을 꺼리는 습성이 있어 도심 출현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1일 오전 6시 20분경 강원 홍천군 홍천읍 삼마치리 도로변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홍천소방서 119 구조대원들에 따르면 죽은 새끼고양이를 입에 물고 있던 이 수리부엉이는 별다른 움직임 없이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대원들은 이 수리부엉이가 날아가다 전선에 걸렸거나 고양이와 싸움을 하다가 탈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리부엉이는 홍천군에 인계된 뒤 춘천시의 강원도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상태가 좋지 않다.
앞서 16일에는 춘천 도심에 있는 봉의산 기슭에서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시민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공무원 출신으로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박병규 씨(62)는 16일 오후 5시경 이곳에 갔다가 산책로에서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나무에 앉아있는 수리부엉이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박 씨는 “매일같이 생태 사진을 찍기 위해 봉의산에 올랐지만 수리부엉이를 본 것은 처음”이라며 “산책로 가까이에 있어 매우 신기했다”고 전했다.
경희대 부설 한국조류연구소 유정칠 소장은 “수리부엉이는 야행성인 데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 습성이 있다”며 “최근 들어 개체수가 줄어들어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새”라고 말했다.
수리부엉이는 몸길이 약 70cm로 숲보다는 바위가 많은 바위산에 살며 개구리, 뱀,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