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필리핀댁, 서울대 친구 생겼어요”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서울대 학생들, 다문화가정 찾아 끈끈한 관계 나눠

여름방학이 한창인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그레이스 씨(42) 집에서는 모처럼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렸다. 한국에 온 지 13년이 됐지만 필리핀에서 함께 온 친구들 외에 한국 친구가 없었던 그레이스 씨에게 서울대 친구들이 새로 생겼다. 이날은 그레이스 씨의 다섯 살배기 아들 유현 군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 아미라 씨(20)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서울대에 재학 중인 말레이시아 유학생과 필리핀에서 온 결혼 13년차 주부.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그레이스 씨는 아미라 씨에게 시어머니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다문화가정 봉사활동 ‘해피컬처네트워크’를 통해 만났다.

해피컬처네트워크는 서울대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로 구성된 봉사단 ‘스누피사(SNUPISA)’가 지역사회 다문화가정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이다. 서울대 학생처가 활동을 지원하고 관악구가 구내 다문화가정을 서울대 학생들과 연결해 준다. 2월부터 한 학기 동안 7차례 정도 모임을 갖고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질소드 씨(24)도 학교생활 틈틈이 짬을 내 필리핀 출신 루니타 씨(42) 가족을 만났다. 한국어가 서툰 루니타 씨에게는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 학기 동안 다문화가정과 만남을 이어가며 어느새 질소드 씨는 루니타 씨 아이들의 든든한 형이 됐다. “벌써 아이들이 보고 싶어요. 봉사를 넘어 끈끈한 관계를 맺는 게 진짜 다문화가 아니겠어요.”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