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몰래 훔쳐 먹은 행위는 친구를 힘들게 했기 때문에 유죄입니다.”
“도시락이 비싼 물건도 아닌데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1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원촌동 솔로몬 로파크(Law Park)의 솔로몬 법정에선 ‘도시락 절도사건’을 놓고 검사와 변호사, 배심원 역할을 맡은 초등학생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변호인석에 앉아 있던 이정희 변호사(38·여·사법시험 46회)가 일어나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을 함부로 손대는 것은 범죄”라고 설명하자 33명의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의법정은 솔로몬 로파크가 여름방학을 맞아 운영하는 ‘2009년 어린이 헌법캠프’ 프로그램의 하나다. 전국에서 모인 65명의 학생들은 2박 3일간 이 캠프에서 직접 재판을 진행해 판결을 내려보고, 국회의원이 되어 예산을 편성하고, 헌법과 관련된 게임에 참여하면서 법이 무엇인지를 체험한다. 오다영 양(12·대구 신월초등학교 6학년)은 “법이 딱딱하고 무서운 것인 줄 알았는데 캠프를 통해 오히려 재미있고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산하 한국법문화진흥센터가 운영하는 솔로몬 로파크는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매년 여름·겨울방학 2차례씩 초등학교 5, 6학년생 240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법탐험 캠프’를 운영해 왔다. 이 캠프가 인기를 끌자 올해부터는 헌법의 원리와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헌법 캠프와 배심원 캠프로 나눠 2차례씩 운영하고 있다. 방학 전에 홈페이지(www.lawedupark.go.kr)에서 참여 신청을 받는데 이번 헌법 캠프에는 926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중고교생 대상 ‘법치세상 아카데미’도 매달 2, 3차례씩 열린다. 학교별로 30∼40명이 2박 3일간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정당과 선거 공약을 만들어 대통령을 뽑고, 헌법을 직접 제정해 보기도 한다. 학교나 청소년단체가 매년 11월 참가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참가비용은 무료다. 이 밖에 초중고교 교사나 자원봉사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법교육 전문가 양성과정도 마련했다.
솔로몬 로파크는 올해 3월 법체험관을 새로 개관해 입법과정이나 법 집행절차, 법의 역사에 대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초중고교생과 일반인을 위한 ‘법치세상’에선 세계의 법 역사를 살펴보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회의사당을 본뜬 입법체험실, 지문를 채취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과학수사실, 수감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교도소 등도 마련했다. 입장료는 없고 20명 이상의 단체가 관람할 때는 진행요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유치원생을 위한 ‘법짱마을’에선 유괴 성추행 등 위급상황 대처법을 배우고, 교통안전 실습을 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솔로몬 로파크 운영을 총괄하는 안병경 법무부 한국법문화진흥센터장은 “단순히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기보다 법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법교육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야 사회 전체의 준법의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