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속 살인’ 편지 한통에 줄줄이…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4년전 2명 죽인게 괴롭다” 무기수가 선배에 편지
주변 제보에 덜미… 수사해보니 선배도 2명 살해

“잘 아는 동생이 4년 전 저지른 범행이 계속 생각나 괴롭다 하네.”

2008년 8월 서울의 한 구치소에서 4년째 복역 중인 이모 씨(63)는 같은 방에 수감된 재소자 A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2004년 12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 돈을 훔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 씨의 손에는 사건 공범으로 역시 다른 구치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고향 후배 이모 씨(43)가 보낸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이들의 비밀을 들은 A 씨가 경찰에 편지를 몰래 보냈다. 이 편지는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 이상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 4건의 전모를 밝히는 실마리가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석촌동 전당포 주인 살인사건의 공범인 두 이 씨가 4명을 더 살해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후배’ 이 씨는 2004년 10월 가스검침원을 가장해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 빌라에 침입한 뒤 집주인인 이모 씨(당시 56세·여)와 김모 씨(당시 56세·여)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카드를 훔쳐 50만 원을 인출했다. 이 씨는 편지에서 당시의 참혹한 살해 장면을 비교적 자세히 기술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관계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편지를 받은 ‘선배’ 이 씨의 여죄 2건도 드러났다. 운 좋게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경찰은 후배 이 씨가 방이동 부녀자 살해사건 당시 히로뽕을 투약한 상태였으며 선배 이 씨가 20년 전 히로뽕의 공급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배 이 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사람을 불러 조사하다가 그의 또 다른 범죄 사실을 포착한 것이다.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선배 이 씨가 히로뽕을 투약한 상태에서 1995년 7월 전북 익산시에서 차를 몰고 가다 사람을 친 뒤 시체를 버렸으며, 2001년에도 역시 마약에 취해 익산의 한 서점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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