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두가 작가가 되는 그날까지….’
‘직지(直指·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의 고장’ 청주가 ‘작가의 고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책 읽는 도시 만들기와 지역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2007년 시작된 ‘시민 1인 1책 펴내기’가 올해로 3년째를 맞는 가운데 다양한 직업의 예비 시민작가들이 출간에 도전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닌 게 학력의 전부인 심태영 씨(61). 열쇠 수리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올해 1차분 원고마감에서 한센병 환자 가족의 고통을 담은 영화 시나리오 ‘천형의 나그네가 되어’를 출품했다. 그는 “19세 때부터 시나리오 작가가 꿈이었지만 생계 때문에 엄두를 못 내다 이번에 도전했다”며 “어릴 적 살던 곳에 한센병 환자가 많았는데 그분들의 힘겨운 삶과 희망을 원고에 담았다”고 말했다. 한 70대 할머니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취미교실에서 글쓰기를 배운 뒤 자신의 굴곡 많은 삶을 담은 자서전(억새풀 연가)을 출품했다.
또 60대 베트남 참전용사의 ‘베트남 참전 수기’, 40대 가정주부의 육아일기 ‘서른아홉에 건진 희망’, 퇴직공무원의 판타지소설 ‘뒤뚱거리며’, 60대가 쓴 시집 ‘렌즈 속 세상’, 직지를 만화로 소개한 ‘직지야 어디 있니?’ 등 다양한 작품 90점이 출품됐다. 이 밖에 교장 출신의 80대가 칼럼집을,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창작동화집을 출품해 각각 최고령과 최연소 작가에 도전했다.
청주시는 이달 안에 출품작을 심사해 1인당 10권씩 발간할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 줄 계획이다. 또 9월 말까지 2차로 출판원고를 접수하며, 12월에는 공동 출판기념회와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책 펴내기는 1년에 두 차례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자서전, 시, 수필, 소설, 일기, 편지, 사진글, 서예집, 향토사 등 다양한 장르의 원고를 받은 뒤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초짜 작가’들을 위해 상당구 내덕1동, 흥덕구 분평동 등 주민자치센터 15곳과 시립정보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청주문화의 집 등 모두 21곳에서 지역 작가들이 글 소재를 찾는 요령과 글쓰기 등 출판에 필요한 내용을 알기 쉽게 가르치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 직지사업팀 왕종필 씨는 “논문이나 등단작가의 작품 등을 제외한 청주시민의 작품은 모두가 도전 가능하다”며 “지금까지 1713명의 시민이 책을 냈는데 앞으로도 많은 시민이 작가의 꿈을 이루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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