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 ‘중국댁’ 해양경찰관 되다

  • 입력 2009년 7월 22일 20시 48분


'중국댁'에서 '해남댁'으로 바뀐 이주여성이 이제는 어엿한 대한민국의 해양경찰관이 돼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가고 있다. 22일 목포해경 소속 경비함정에 배치된 김 순경은 '바다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연합
'중국댁'에서 '해남댁'으로 바뀐 이주여성이 이제는 어엿한 대한민국의 해양경찰관이 돼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가고 있다. 22일 목포해경 소속 경비함정에 배치된 김 순경은 '바다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연합
"낯선 곳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성공할 수 있어요."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서 '중국댁'으로 불리는 김영옥 씨(33)는 '억척 아줌마'로 통한다. 중국 동포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10년 만에 목표한 꿈을 모두 이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이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해양경찰관에 합격했다. 충남 천안 해양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을 마친 김 씨는 24일부터 순경 계급장을 달고 목포해양경찰서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첫 임무는 3008경비함(3000t 급)을 타고 다음달 4일부터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것.

그는 육상 근무 대신 해상 경비정 승선을 지원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김 씨는 "한번 출동하면 7박 8일간 바다 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돌볼 시간이 없지만 남편이 잘 키우겠다고 해서 선상 근무를 택했다"고 웃었다.

김 씨의 남편 성홍범 씨(46)는 전남 해남경찰서 기능직 9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남편을 1999년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나 결혼했다. 할아버지 때 가족이 중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태어난 김 씨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해남군청에서 중국어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면서 '억척 아줌마'의 근성을 보여줬다. 한국어 실력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았던 그는 선배 통역사들의 전화 통화 내용은 물론 관광 해설 방법 등을 녹음해 집에서 듣고, 쓰고, 외우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노력한 지 2년 만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가 됐다.

한국어에 자신이 붙은 김 씨는 곧바로 4년제 대학에 도전장을 내밀어 2007년 대불대 졸업과 함께 교사자격증도 취득했다. 이 때부터 김 씨는 해양경찰관을 최종 목표로 정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도전한 분야는 중국어 통역이었지만 중국어 외에도 각종 시사 상식과 경찰 업무 관련 전문지식, 체력 시험 등이 필수 과목이었다. 전문서적을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대형버스 운전면허증까지 취득했지만 첫 번째 도전은 체력 시험에서 떨어져 실패했다. 재도전에 나선 김 씨는 지난해 체력 단련을 위해 태권도는 물론 해남군 육상팀에 합류해 멀리뛰기와 윗몸일으키기 등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끝에 최종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이주 여성의 성공적 정착에 대한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요즘 이주 여성들은 너무 돈벌이에 급급한 것 같아요. 고국에서 배운 지식을 살려 전문 분야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그 노력의 대가를 얻을 수 있어요."

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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