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증인을 盧후원자로 아는데… ”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박연차 “세상 사람들에게 다 물어봤습니까? ”
박진의원 1심공판 공방

“세상 사람들은 증인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로 알고 있는데….”(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변호인)

“세상 사람들에게 다 물어봤습니까?”(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홍승면) 심리로 열린 박 의원 1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박 전 회장은 박 의원의 변호인이 ‘한나라당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취지로 집요하게 묻자 변호인을 째려보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자주 보였다. 보다 못한 검찰 측이 나서 “변호인이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해서 짜증내지 말고 정확하게 답변해야 한다”며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협심증 등의 수술을 앞두고 있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박 전 회장은 “천신일 씨(세중나모여행 회장)가 ‘같은 박 씨니까 도와주라’고 해서 박 의원에게 2만 달러를 건넸다”고 또렷하게 진술했다. 박 전 회장은 법정에서 박 의원의 양복 웃옷 안주머니에 돈봉투를 넣는 모습을 재연했고, 박 의원은 “평소 안주머니에 수첩 등을 잔뜩 넣고 다녀 봉투가 들어가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박 전 회장의 정치인 후원금 결재 문서도 화제가 됐다. 표로 만든 결재 문서에는 ‘박진’ ‘운동화 2개’ ‘회답’ ‘박 회장 서명’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박 전 회장은 “‘운동화 2개’는 곧 2000만 원을 의미하며 ‘회답’은 고맙다는 답신을 받은 경우 적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의 변호인이 “다른 국회의원 박 씨에게도 돈을 줬느냐”고 묻자 박 전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기소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지칭한 것인지, 또 다른 박 씨 성의 정치인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미국 뉴욕의 한식당 K 회관에서 민주당 이광재 서갑원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K 회관 전 사장 곽모 씨도 이날 법정에 나와 “K 회관에서 박 전 회장의 돈을 건넨 사람이 10여 명 더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서 의원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곽 씨는 “2003년 이후 박 전 회장으로부터 45만 달러를 송금 받아 관리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이 “돈을 준 사람 중에 공무원이나 법조인, 외교관 등도 있느냐”고 재차 따져 묻자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박 전 회장의 친척 등도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고 얼버무렸다. 또 검찰 측이 “돈을 전달한 정치인은 기소된 이광재, 서갑원 의원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박 전 회장의 친척이 아니냐”고 확인하자 곽 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송은복-이정욱씨 추징금-실형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이날 박 전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추징금 10억 원,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있지만 돈을 건넨 박 전 회장 등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을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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