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할 때 지어야 하는 소형아파트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3일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전용면적 60m² 이하 주택을 20% 이상 지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가 3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토해양부는 2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재건축을 할 때 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은 60% 이상만 지으면 되도록 하고 구체적인 면적과 비율은 시도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소형주택의무비율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기존의 기준을 조례에 명문화했을 뿐 소형의무비율을 완화하진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핵가족이 보편화돼 전용면적 60m²도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며 “이번 결정은 1∼3인용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는 점을 반영한 것이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소형 위주로 구성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사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재건축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대아파트 등 인근 주민들이 ‘국토부는 규제를 풀었는데 왜 서울시는 거꾸로 가느냐’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례대로 소형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되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과 같이 중대형으로 구성돼 있고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들은 재건축으로 면적을 넓히는 데 제한이 따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아파트 입주가 어려운 조합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조합원 간에 규모별 주택 배정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이 생기고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급등하고 있는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의 재건축 아파트(8만4385채) 가운데 25%(2만860채)는 21일 현재 호가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6년 말 수준까지 올랐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용적률이 낮은 저층 재건축 단지는 소형의무비율 유지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중대형 위주로 구성된 중층 아파트 단지는 수익성이 떨어져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부사장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보다는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