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노조가 대치 중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는 23일에도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 공장 건물을 추가로 접수하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가 곳곳에서 맞붙었다. 경찰특공대는 진압에 대비해 컨테이너를 옮길 크레인을 확보하고, 노조가 공장 주변에 쌓아놓은 작업용 선반과 폐타이어 등을 제거하기 위해 포클레인과 지게차 10여 대를 배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이날 공장 안으로 경찰력을 투입해 부자재 창고와 조립라인을 확보하려는 작전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새총과 화염병을 던지는 노조의 대응에 막혀 실패했다. 쌍용차 사측은 이날 연구동 설비 일부를 가동하고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공장 시설과 설비를 점검했다. 사측은 “점거 파업으로 지금까지 1만2202대의 생산차질을 빚어 261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과 평택시 등이 참여하는 중재단은 24일 오전 평택시 청소년문화센터에서 노사정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 23일 노조원 4명 농성장 이탈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질병 등을 이유로 공장을 빠져나오는 이탈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새벽 정규직 노조원 2명이 자진 이탈했고, 오후 6시경에는 가족의 질병을 이유로 노조원 1명이 스스로 공장을 나왔다. 이어 40분쯤 뒤에도 외상을 입은 노조원 1명이 추가로 농성장을 빠져나왔다. 자발적 또는 질병을 이유로 이탈한 농성자는 이달 중에만 30명에 이른다. 전날 밤 늦게 도장공장에 들어갔다 나온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소속 의료진은 “도장공장 내부에는 부상자가 50여 명쯤 된다”며 “고혈압 당뇨 녹내장 등 지병이 있는 노조원들이 치료약이 없어 고생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주말을 고비로 이탈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진지전’에서 ‘게릴라전’으로?’
경찰은 노조의 전술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원 80명은 22일 오후 30여 m 앞에 대치 중이던 경찰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불법점거파업에 들어간 이후 노조가 일방적인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은 처음. 경찰은 기습공격을 놓고 도장공장안에 미묘한 기류변화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장공장 원천봉쇄 이후 노조원들의 스트레스 증가, 경찰 투입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 이탈자 속출 등이 속속 확인되면서 노조 집행부가 내부 분위기 쇄신과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전술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경찰 측은 “노조 집행부가 게릴라식으로 수시로 작은 타격전을 벌이면서 결사항전의 분위기를 이끌어 낼 심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공장 안에 친노조 성향의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들어가 취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기자들이 사측 허가 없이 무단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고 현행법 위반 여부 조사를 검토 중이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경찰 “진압 준비 끝냈지만…”▼
농성장에 인화물질 많아 섣불리 병력 투입 못해
23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현장에 배치된 경찰특공대는 60명이지만 언제든지 추가 투입할 수 있다. 서울시경 소속 경찰특공대는 정원이 160명이다. 경찰특공대는 그동안 불법 장기농성이 벌어진 현장마다 빠지지 않고 투입돼 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쌍용차 도장공장에 대한 컨테이너 작전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각종 도료와 시너, 가스 등 위험물질 물량이 6개월 전 ‘용산 참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 이곳에는 상당량의 인화성 물질과 가스가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평택공장 안팎에서는 도장공장이 ‘화약고’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이 쉽사리 투입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순원 경찰특공대장은 “도장공장 안에 600여 명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투입하기는 힘들다”며 “이번 작전은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