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재비 별도에 ‘과목 쪼개기’도… 과목당 30만원 훌쩍
《교육당국이 학원 수강료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어긴 학원에 대해 임의로 영업정지 처분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배치된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이 사교육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등 주요 학원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미 기존 법으로 정한 금액보다 많은 수강료를 받는 학원이 허다했다. 학원 관계자, 학부모, 학생 등은 이번 결정에 놀라지 않는 분위기였다.》
○ 학원들 “이미 3, 4배는 받아왔다”
27일 대치동, 목동 등에 위치한 주요 학원 등의 수강료와 기존 학원법이 정한 수강료 상한선을 비교한 결과 상당수 학원이 평균 10만∼20만 원을 더 받는 등 수강료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 수강료 상한선은 전국 학원비의 평균을 산출하고 지역별 차를 감안해 대략적인 기준 가격을 뽑은 후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정한 금액이다.
대치동의 R영어학원의 경우 주 2회 수업하고 월 38만 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강남교육청이 정한 이 학원의 수강료 상한선은 18만2583원으로 19만7417원을 초과했다. 목동의 J학원 대입 종합반의 월 수강료는 46만4000원이지만 강서교육청 기준으로는 34만3860원이 수강료 상한선이다. 12만140원을 초과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원수강료 상한 제한으로 외국어 학원은 15만∼20만 원, 일반 보습학원은 10만∼15만 원이 정상이지만 이미 많은 학원이 상한선보다 3, 4배 많은 수강료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수강료가 초과 징수되면 경고, 정지, 등록말소(폐원)의 처분을 받지만 단속에 걸려 등록말소된 학원은 드물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관례적으로 일어난 일인 데다 교육의 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학원들, 과목 쪼개기로 더 거둬
수강료도 수강료지만 이외에 교재비, 접수비 등 각종 기타비용이 포함되면 실제 학원비는 훨씬 늘어난다. 주부 진모 씨(43·강남구 대치동)는 외고 입학을 준비하는 중3 아들의 학원비로 매달 90여만 원을 지출한다. 진 씨는 “국영수 등 수강료 30만 원에 온라인 수강료 교재비, 주말특강비, 시험 채점비, 셔틀버스비 등을 포함하면 학원비는 한 달에 90만 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원들은 한 과목을 여러 개의 단과 수업인 것처럼 만드는 ‘과목 쪼개기’ 수법으로 수강료를 높이고 있다. D수학학원에 다니는 김모 군(12)의 월 학원비는 100만 원. D학원은 한 과목에 주 2회 수업을 하고 22만 원을 받는 대신 ‘수학’ 한 과목을 함수, 적분 등으로 쪼개 수업을 배치했고 수업료도 각각 받았다.
학부모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로 수강료가 더 오르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목동에 사는 박모 씨(40)는 “지금도 학원비가 비싼데 양성적으로 돈을 더 많이 받는 학원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벌써 수강료를 더 올리겠다고 나서는 학원도 있다. 대입 종합반 57만 원, 단과반 9만8000원으로 수강료에 10만 원가량의 교재비를 받는 목동 D학원은 수업료를 1.5배 높일 예정이다. 학원 관계자는 “현행 수강료 상한에서는 계속 적자가 나 학원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학원들이 앞다퉈 학원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적정 학원수강료 산출 기준을 마련하는 등 교육당국의 후속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