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가면 한낮 땡볕에 돌아다녀도 그리 덥지 않다. 아름드리나무들이 만들어 놓은 그늘 덕분이다. 물가에 가서 ‘잉어야∼’ 하고 부르면 신기하게 달려오는 잉어와 향어를 만날 수도 있다. 이곳은 경기 파주시 광탄면 창만리 ‘벽초지 문화수목원’이다.
○ 인기 촬영지로 뜬 이유는 단아한 풍광
29일 오전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연인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한가로이 수목원을 거닐고 있었다. 아름드리나무와 자작나무 터널 등 자연이 만들어준 쉼터 덕분. 자작나무 터널은 길이 70m, 폭 3m 정도로 진짜 터널을 지나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곳을 지나면 뿌리는 제각각인데 커가면서 줄기가 붙어버린 ‘연리지’가 나온다. 연인들 사이에서는 모과나무인 이 연리지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게 유행이 됐을 정도다.
오르막, 내리막 없이 평탄한 용지에 조성된 이 수목원에는 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2만 m²(약 6000평) 크기의 잔디밭도 있다. 아이들과 공을 차고 그냥 뛰어놀아도 된다. 다른 수목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산조팝나무는 어른 무릎까지 오는 앙증맞은 키를 내밀고 있다. 벌개미취는 꽃을 피우기 일보 직전이다. 100년도 더 된 버드나무들은 수목원 곳곳에 있다.
흔들리지 않는 단아한 미를 선보이는 장점이 알려진 덕분에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 씨가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가수 송대관 태진아 씨가 출연한 광고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 물고기와 놀다
1만 m²(약 3000평) 크기의 연못에는 연꽃과 수련이 자리 잡고 있다. 물가 주변에는 관람용 데크가 설치됐는데 이곳에 가서 큰 소리로 부르면 어른 팔뚝만 한 향어와 잉어가 어디선가 재빨리 달려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손을 가까이 내밀면 머리를 물 위로 치켜들기도 한다.
수목원 이종립 부원장(52)은 “소리를 크게 내거나 손뼉을 크게 쳐도 물고기들이 알아듣고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듯, 고개를 물 위로 내미는 장면은 나도 늘 신기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풍부한 지하수 덕분에 호수가 늘 맑고 깨끗한 것도 장점이다. 이 연못의 이름이 푸른 풀이 자라는 연못이라는 뜻의 ‘벽초지(碧草池)’이다.
○ 꼭꼭 숨은 수목원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식당과 기념품 판매점이 2층 건물에 들어서 있다. 허브식물을 재료로 한 각종 생활용품이 특히 눈에 띈다. 통나무집 한 채도 숙박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내년 초까지 예약이 끝났을 정도로 인기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단체 관광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수목원과 파주시 일대의 판문점, 도라산전망대, 제3땅굴 등을 둘러보고 허브식물을 소재로 생활도구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장점을 갖춘 곳이지만 찾아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아쉽다. 도로 위 이정표를 아무리 둘러봐도 연간 40만 명이 다녀가는 이 수목원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은 단 한 개도 없다. 10분 거리인 광탄삼거리까지 운행되는 2개 버스 노선은 수년째 요구해도 수목원까지 연장되지 않고 있어 이곳을 찾으려면 반드시 각자 차를 이용해야 한다. 031-957-2004, www.bcj.co.kr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