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2일 오후 유황돼지 삼겹살을 가공해 판매하는 대전 대덕구 오정동 A업체. 종업원 나모 씨(37)가 배달용으로 내놓은 돼지고기 40kg 박스에는 출구전표가 없었다. 배달 직원은 “왜 출구전표가 없느냐”고 물었다가 나 씨가 “이미 계산된 거니 걱정 말라”고 하자 별다른 의심 없이 인근 송촌동의 한 정육점으로 돼지고기를 배달했다.
이런 일은 이날 이후 7월 1일까지 42차례나 반복됐다. 나 씨는 또 부위별로 배달용 박스가 다른 점을 이용해 값이 싼 부위용 박스에다 비싼 부위를 넣어 같은 정육점으로 165회를 배달시켰다. 고기를 배달받은 곳은 나 씨의 아내(34)가 운영하는 정육점이었다. 나 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빼돌린 고기는 3000여만 원어치에 달했다.
나 씨의 범행은 A업체 사장 한모 씨(52)의 신고를 받은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판매한 고기의 양과 매출액이 계속 차이가 나는 것을 이상히 여긴 한 씨의 신고를 받고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나 씨는 경찰에서 “아내의 정육점이 잘 되지 않아 도와주려 고기를 빼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나 씨가 아내로부터 고깃값을 받아 승용차도 바꿨다”고 밝혔다. 경찰은 31일 나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