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한 유명 호텔 로비에 한모 씨(50)가 들어선 것은 1일 오전 10시 반경이었다. 그는 이 호텔 객실로 들어가 준비한 흉기로 호텔 청소원 한모 씨(43·여)를 위협해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는 호텔 안내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내가 방화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도중 법정 구속된 것이 억울하다”며 당시 수사 경찰관 및 공판에 참여한 검사와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2007년 6월에 발생한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한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출석을 거부하다 재판부에 의해 법정 구속됐다. 그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 당국의 부당한 수사로 구속됐다고 생각한 한 씨는 인질극을 벌여 억울함을 호소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호텔 측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당시 공소 유지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모 검사와 통화하게 하자 한 씨는 자신의 구속 결정은 검사가 아닌 재판부에서 내려졌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인질극 2시간 만에 인질을 풀어주고 자수했다.
1일 서울송파경찰서가 한 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감금 및 상해)이 2일 발부되면서 법정 구속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던 한 씨는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