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성추행, 2호선이 62%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올 345명 검거… ‘몰카’ 늘고 변호사 등 전문직도 덜미

미혼인 공인회계사 J 씨(30)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에는 미모의 여자 친구 사진이 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 비밀폴더는 다른 여자들의 치마 속을 찍은 동영상으로 가득하다. J 씨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젊은 여성들의 치마 밑으로 휴대전화를 들이대고 몰래 촬영한 것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Y 씨(36)는 지난달 21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정장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을 발견하고 뒤를 쫓았다. 이 여성을 따라 2호선 전동차 안에 들어섰지만 사람이 많아 다가서기 쉽지 않았다. ‘목표’를 바꾼 Y 씨는 옆에 서 있던 여성(23)의 엉덩이를 만지다가 사복경찰관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그는 딸 둘을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하철 성추행 사범 345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하고 3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검거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3명에 비해 26.4% 증가했다. ‘성추행 사범’의 직업은 다양했다. 회사원이 143명으로 가장 많았고 무직과 학생이 각각 79명과 24명으로 뒤를 이었다.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사람도 7명이었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도 있었다.

성추행은 ‘출·퇴근시간대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주로 발생했다. 전체의 64.1%가 출근시간대, 25.2%가 퇴근시간대에 몰려 있었다. 2호선에서 발생한 사건은 213건으로 전체의 61.7%였다.

성추행 수법은 혼잡한 전동차나 승강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만지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여성에게 비비는 ‘공중밀집장소 내 추행’이 280건으로 전체의 81.2%였다.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한 ‘몰카’ 촬영도 지난해 같은 기간 38건에서 올해는 65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몰카촬영범 중에는 상습범이 많았다. 6월 13일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승강장에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붙잡힌 고모 씨(33)의 카메라에는 서울의 한 여고 화장실에서 여성들이 소변 보는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 119장이 들어 있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20대 직장인 여성이고 가해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가해자 연령은 30대 44.6%, 20대 26.4%였고 40대도 20.9%였다. 월별로는 78명이 검거된 4월이 가장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4월이 되면 여성들의 옷차림이 갑자기 가벼워지면서 성추행범들이 더 성적 자극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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