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결혼을 앞두고 눈 밑의 기미 때문에 고민하던 A 씨(40·여)는 케이블TV에 나온 서울 강남의 모 유명 피부과 병원장 P 씨의 “혁신적인 박피 시술법으로 간단한 시술만 하면 평생 기미를 없앨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했다.
A 씨는 곧장 이 병원을 찾아가 1200만 원을 주고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얼굴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그 후 기미가 없어지기는커녕 얼굴의 상당부분이 화상을 입은 듯 벗겨져 피가 흘렀다. A 씨는 1년 뒤 부원장 안모 씨(39)에게 2차 시술을, 5개월 뒤 3차 시술까지 받았다. 추가 비용이 300여만 원 들었다. 그러나 흉측해진 모습은 나아지지 않았고 정신적인 고통이 더해가던 중 지난해엔 P 씨가 숨진 뒤 병원마저 폐업해버려 하소연할 데도 없어졌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은 A 씨는 “치료를 해도 원래 얼굴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50대 여성인 B 씨 또한 이 병원에서 1600만 원을 들여 시술을 받은 뒤 얼굴 80%에 화상을 입었다. B 씨는 피부가 말려올라가 눈이 감기지 않는 안검외반 증상까지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건태)는 페놀 성분을 이용해 피부를 깊숙한 곳까지 벗겨내는 ‘심부피부재생술’로 30∼50대 여성 10명에게 안면부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이 병원 전문의로 있던 안 씨와 노모 씨(40) 등 2명을 3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P 씨가 박피 약물의 성분을 비밀로 했기 때문에 안 씨 등은 정확한 성분도 모른 채 시술했으며 환자들에게 시술 전 부작용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의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페놀을 이용한 박피술은 주로 서양인들에게 시술돼 왔으며 동양인에게는 시술할 때 안전한지 논란이 되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